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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니체의 힘에의 의지 - 도덕 너머에서 삶을 긍정하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전통 형이상학과 기독교 도덕에 근본적인 회의를 던진 철학자로, ‘신은 죽었다’는 선언을 통해 기존의 도덕적 질서가 붕괴되고 있음을 알렸다. 그는 삶을 억압하는 도덕 대신, 삶을 적극적으로 긍정하는 새로운 윤리의 가능성을 탐색했고, 이를 ‘힘에의 의지(Wille zur Macht)’라는 개념으로 구체화하였다. 니체는 인간이 단순히 살아남는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초월하고 극복해가는 창조적 존재라고 보았다. 그는 전통적인 선과 악의 구분이 실은 약자의 복수심에서 비롯된 것이라 비판하고, 그 너머의 가치를 모색했다. 니체에게 철학이란 삶을 지양하거나 초월하는 것이 아니라, 삶 자체를 더 강렬하고 충만하게 만드는 작업이어야 하며, 그 중심에 힘에의 의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사유.. 2025. 8. 2.
한나 아렌트의 인간 조건 - 행위, 탄생, 그리고 다중성의 정치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조건, 정치의 본질, 악의 평범성 등을 사유한 정치철학자다. 그는 『인간의 조건』에서 인간 존재를 노동, 작업, 행위라는 세 가지 활동으로 구분하며, 각각이 인간의 삶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설명한다. 노동은 생존을 위한 순환적 활동이며, 작업은 인공물과 세계를 만드는 생산 활동이다. 그러나 아렌트가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행위(action)이다. 행위는 타인과 함께 세계 속에서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자신을 드러내며, 정치적인 삶을 구성하는 고유한 인간 활동이다. 아렌트는 인간이 단지 동물적 생명을 영위하는 존재가 아니라, 말하고 행동하며 세계에 발자취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존재’로 정의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이러한 행위가 가능해지는 조건으로.. 2025. 8. 2.
질 들뢰즈의 차이 철학 - 동일성 중심 사유를 넘어 생성과 흐름으로 질 들뢰즈는 20세기 후반 철학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꾼 철학자로, 전통 형이상학이 전제해온 동일성 중심적 사유를 해체하고 차이, 생성, 흐름이라는 새로운 철학적 어휘를 제안하였다. 그는 플라톤 이래로 철학이 차이를 단지 동일성의 결핍이나 변형으로 간주해 왔으며, 이를 통해 세계를 고정된 범주와 질서로 환원해 왔다고 비판한다. 들뢰즈는 『차이와 반복』에서 차이를 독립적인 존재론적 개념으로 정립하고, 반복을 통해 새로운 의미가 창출되는 역동적 사유를 전개한다. 또한 가타리와의 공저 『천 개의 고원』에서는 리좀, 탈코드화, 분열 분석 등의 개념을 도입하여 비선형적이고 비중심적인 사유 구조를 제안한다. 들뢰즈의 철학은 단지 새로운 개념의 발명이 아니라, 철학이 어떻게 사고 자체를 해방시키고 삶을 구성하는지를 .. 2025. 8. 2.
미셸 푸코의 권력 개념 - 지식은 어떻게 통치의 도구가 되었는가 미셸 푸코는 현대 철학과 인문학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상가 중 한 명이다. 그는 권력과 지식, 주체와 통치의 관계를 분석하며 전통적인 권력 이해를 해체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권력이 사회를 구성하는 메커니즘을 밝히고자 했다. 푸코에게 권력은 단순히 정치 권력이나 국가 권력 같은 외부의 강제력이 아니라, 일상적이고 미시적인 수준에서 작동하며 개인의 몸과 행위를 규율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그는 이러한 권력이 어떻게 병원, 학교, 감옥, 군대 같은 제도들 속에서 구현되고, 동시에 과학적 지식과 담론의 형태로 제도화되며, 주체의 정체성을 구성해가는지를 추적했다. 푸코의 철학은 특히 ‘정상성’이라는 기준이 어떻게 설정되고 유지되며, 그로부터 벗어난 이들이 어떻게 배제되는지를 분석함으로써, 지식이 결코 .. 2025. 8. 2.
기시 미나미의 비판적 실존주의 - 타자의 고통 앞에 선 철학의 윤리 기시 미나미는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 철학자 중 한 명으로, 서양 실존주의와 불교적 사유를 접목하여 독자적인 윤리적 실존철학을 제시하였다. 그는 인간의 실존을 자유와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서구의 시각을 수용하면서도, 그것을 타자의 고통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자 했다. 기시는 실존을 단순히 자기 자신의 주체적 삶을 성취하는 과정으로 보지 않고, 언제나 타자의 존재와 고통, 침묵, 요청 속에서 구성된다고 본다. 그는 인간이 진정한 실존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타자의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고통을 회피하지 않으며, 자기 자신을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철학은 특히 일본 근대화 이후 개인주의와 사회적 단절이 심화된 맥락에서, 타자의 윤리와 공동체의 회복 가능성을.. 2025. 8. 2.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 - 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해야 한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20세기 분석철학의 흐름을 결정적으로 바꿔놓은 철학자로, 언어가 세계를 어떻게 나타내고 제한하는지를 깊이 있게 고찰했다. 그는 『논리-철학 논고(Tractatus Logico-Philosophicus)』에서 세계는 사실들의 총체이며, 언어는 그 사실들을 묘사하는 ‘그림’이라고 보았다. 이른바 ‘그림 이론’은 언어와 세계의 논리적 구조가 일치한다는 가정 위에 세워졌으며, 이때 언어는 오직 검증 가능한 명제만을 의미 있게 담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말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말할 수 있고,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하며, 윤리, 예술, 종교, 형이상학 등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차원에 속한다고 본다. 그러나 후기의 비트겐슈타인은 이 입장에서 완전.. 2025.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