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61

벤야민의 아우라 개념 - 예술은 복제가 아닌 만남이다 발터 벤야민은 20세기 초 독일 비판이론의 핵심 인물로,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과 감각 경험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철학적으로 분석했다. 그의 가장 유명한 개념 중 하나인 ‘아우라(Aura)’는 예술작품이 지닌 독특한 현존감과 비반복성을 가리킨다. 벤야민은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사진과 영화처럼 기술적으로 복제가 가능한 매체가 전통 예술작품의 아우라를 해체시킨다고 주장했다. 즉, 원본만이 가지는 고유의 시간성과 장소성, 그리고 감정적 거리감이 반복 재생 가능한 복제물에 의해 소멸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를 단순히 퇴보가 아닌 변화로 보았다. 아우라의 소멸은 동시에 예술의 민주화, 예술과 정치의 새로운 접점을 가능하게 만든다. 벤야민은 기술 복제 매체가 대중을 수동적 감상자에서 능동적 참여자로.. 2025. 8. 7.
슬라보예 지젝의 이데올로기 비판 - 욕망은 타인의 욕망이다 슬로베니아 출신의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정신분석학, 특히 자크 라캉의 이론을 정치철학과 문화비평에 접목시켜 현대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해온 독특한 사상가다. 그는 마르크스주의의 전통을 따르되, 기존의 경제결정론을 넘어서 이데올로기의 작동을 무의식, 상징계, 상상계의 구조 속에서 해명하려 했다. 특히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에서 그는 우리가 ‘자유롭게 욕망한다’고 믿는 그 욕망조차 사실은 타자의 욕망을 모방하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이데올로기는 자연스럽게 내면화된다고 주장한다. 지젝에 따르면 현대 사회는 더 이상 억압적 방식으로 이데올로기를 강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즐겨라’, ‘네가 원하는 대로 살아라’는 메시지를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주체를 통제한다. 이로써 그는 이데올로기를 ‘우리가 알고도 따.. 2025. 8. 7.
가다머의 철학 해석학 - 이해는 해석의 수평선이다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는 해석학을 단순한 텍스트 분석의 기술이 아니라, 인간 존재 전체에 관한 철학으로 확장시킨 인물이다. 그는 하이데거의 영향을 받아 이해를 인간 존재의 본질적 조건으로 보았으며, 『진리와 방법』이라는 저작에서 해석이란 언제나 해석자의 역사성, 전통, 언어 속에서 이루어지는 창조적 대화임을 역설했다. 가다머에게 이해는 객체적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해석 주체의 선이해(先理解)와 과거의 전통이 서로 충돌하고 조화를 이루는 과정이다. 그는 이를 ‘수평선의 융합(Fusion of Horizons)’이라 부르며, 참된 이해란 자신의 관점을 완전히 내려놓거나 객관적 위치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나와 대상 사이의 거리와 차이를 인식하면서 그것을 넘어서려는 해석적 행위라고 말한다... 2025. 8. 7.
마사 누스바움의 감정 윤리 - 인간다움은 공감에서 비롯된다 마사 누스바움은 인간의 감정, 특히 ‘공감’이 윤리와 정치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대표적인 철학자다. 그녀는 스토아 철학,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 현대 심리학, 문학과 법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전통을 재해석하며, 도덕 판단이 단순히 이성적 추론의 결과가 아니라 감정적 인식의 과정임을 강조한다. 누스바움은 『혐오와 수치심과 정의』, 『시적 정의』, 『인간의 품격을 위한 능력』 등에서 감정이 단순히 주관적인 상태가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도덕적 반응을 가능케 하는 인지적 구조임을 밝힌다. 그녀에게 윤리는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잘 조율된 감정을 통해 더 나은 판단과 행동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특히 공감은 타인의 고통을 내 고통처럼 느끼고, 그를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윤리적 기반이 된.. 2025. 8. 7.
찰스 테일러의 정체성 철학 - 인정은 인간 존재의 조건이다 찰스 테일러는 현대 사회철학의 중요한 흐름 중 하나인 ‘정체성’과 ‘인정’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정식화한 사상가다. 그는 『자아의 근원』, 『인정의 정치』 등에서 인간은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언어, 문화, 전통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자아를 형성해 나가는 존재라고 본다. 즉, 자아는 사회적으로 구성되며, 타자와의 관계, 특히 ‘인정’의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규정한다. 테일러는 인간이 존엄성과 자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사회로부터 자신의 존재가 정당하게 평가받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현대 자유주의가 개인의 권리만을 강조한 나머지, 정체성의 사회적 기반과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정의 중요성을 간과해왔다고 비판한다. 테일러는 이러한 논의 속에서 다문화주의와 공동체주의적 사유를 바탕으로, 다양한 .. 2025. 8. 7.
리처드 로티의 진리 개념 - 철학은 대화이고 진리는 합의다 리처드 로티는 20세기 후반 미국 철학계를 대표하는 철학자로, 전통적인 분석철학과 형이상학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실용주의적 전통을 계승하고 새롭게 재구성한 사상가이다. 그는 『철학과 자연의 거울』에서 서양 철학이 플라톤 이래로 진리를 실재의 ‘거울’처럼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해 왔다는 점을 비판하며, 그러한 인식론적 철학의 패러다임은 이제 끝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로티에게 철학은 더 이상 ‘진리’나 ‘지식’의 보편적 토대를 세우려는 시도가 아니라, 인간 공동체 안에서의 언어적 실천이며, 그 목표는 객관적 지식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한 연대와 해방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있다. 그는 진리를 실재의 반영이 아닌 언어 공동체 내부에서 생겨나는 ‘합의된 견해’로 보고, 철학은 진리에 대한 고정된 .. 2025. 8.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