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무게 - 철학에서 침묵이 갖는 존재론적 의미
철학은 흔히 언어의 작업으로 이해된다. 플라톤의 대화편, 데카르트의 명제, 하이데거의 시적 사유에 이르기까지, 철학은 말과 글을 통해 사고를 전개해왔다. 그러나 말이 모든 것을 드러낼 수 있을까? 혹은 말이 지나칠 때, 오히려 진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질문 속에서 '침묵'은 단지 말이 없는 상태를 넘어선 철학적 의미를 지닌다. 말은 의미를 드러내는 동시에, 가릴 수 있고, 오히려 침묵 속에서 더 많은 것을 전할 수도 있다. 특히 현대철학과 동양철학에서 침묵은 진리, 존재, 타자, 윤리와 깊이 연관되어 다뤄진다. 이 글에서는 침묵을 단순한 부재가 아니라, 적극적인 사유의 공간으로 바라보는 철학적 입장을 살펴본다. 언어의 폭력성에 대한 반성과 함께, 침묵이 어떻게 새로운 윤리의 가능성을 여는지를..
2025. 9. 17.
인간 중심주의의 그림자와 철학의 반성
철학은 오랫동안 인간을 중심에 놓고 세계를 이해하려 노력해왔다. 인간의 이성, 자유, 존엄성은 서구 철학의 근간이었고, 이러한 관점은 근대 이후 문명의 방향을 결정짓는 주요한 이념으로 작동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이후, 특히 생태학과 동물윤리, 기술철학, 포스트휴머니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 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인간만을 세계의 주체로 상정하고 다른 존재들을 객체화하는 태도는 환경 파괴, 동물 착취, 타자에 대한 억압이라는 구체적인 문제를 야기했고, 이는 철학적 전환의 필요성을 촉발시켰다. 이제 철학은 인간 외 존재들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고민해야 하며,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난 사고 방식이 요청된다.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서려는 철학의 시도는 단순한 사상의 전환이 아닌, ..
2025. 9. 16.
도구로서의 이성, 인간은 왜 생각하는가?
이성이란 무엇인가. 인간만이 가지는 독보적 능력일까, 아니면 생존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가. 철학은 오래전부터 이성을 인간 존재의 핵심으로 다뤄왔지만, 이성의 위치는 시대에 따라 달라져 왔다. 고대에는 신과의 교감을 위한 통로로, 근대에는 진리를 규명하는 절대 기준으로 여겨졌으며, 현대에 들어서는 오히려 도전받는 가치가 되기도 한다. ‘생각하는 존재’로서 인간은 이성이라는 능력을 통해 문명을 발전시켜왔지만, 동시에 그것이 만들어낸 전쟁, 착취, 환경 파괴 앞에서 ‘생각의 윤리’라는 문제를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묻는다. 인간은 왜 이성을 갖게 되었는가? 그것은 진리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단지 스스로를 정당화하기 위한 핑계인가? 이 글은 철학사 전반에 걸쳐 ‘이성’의 위치와 의미를 성찰하며,..
2025.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