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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로티의 실용주의 철학과 진리 개념의 재구성 리처드 로티는 20세기 후반 미국 철학을 대표하는 사상가로, 전통적인 인식론과 형이상학을 비판하고 철학을 언어적,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려는 ‘신실용주의(neopragmatism)’를 전개하였다. 그는 철학을 더 이상 절대적 진리를 향한 탐색이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관습 속에서 의미를 조율해 나가는 문화적 실천으로 보았다. 로티는 진리를 ‘세계에 대한 정확한 기술’이라는 고전적 정의에서 벗어나, 사회적 합의와 담론 속에서 변화 가능한 실천적 결과로 재정의하였다. 그의 철학은 특히 분석철학의 논리적 엄밀성에 대한 회의, 형이상학적 실체 개념의 비판, 포스트모더니즘과의 접속 등을 통해 기존 철학의 역할과 범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한다. 로티는 진리란 독립적 실재에 대한 일치가 아니라, 우리가 ‘.. 2025. 7. 28.
슬라보예 지젝의 이데올로기 비판과 욕망의 정치학 슬라보예 지젝은 슬로베니아 출신의 철학자이자 문화비평가로, 20세기 후반 이후 가장 도발적인 사상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마르크스주의와 라캉의 정신분석학, 그리고 헤겔의 변증법을 결합하여 현대 자본주의 사회와 그 이데올로기의 작동 방식을 해부해왔다. 지젝은 이데올로기를 단순히 외부 권력이 주입하는 허위의식이 아니라, 주체의 무의식적 욕망이 조직되는 방식으로 이해한다. 즉, 사람들은 억압되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원하기 때문에 이데올로기에 복종하며, 이는 자본주의 체제가 단순히 강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욕망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그는 영화, 광고, 대중문화, 정치 담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러한 이데올로기의 흔적을 추적하며, 우리가 무엇을 ‘원한다고 믿는가’에 따라 현실이 어.. 2025. 7. 28.
질 들뢰즈의 차이의 철학과 반복의 사유, 그리고 탈중심적 존재론 질 들뢰즈는 20세기 프랑스 철학을 대표하는 사상가로, 존재를 동일성의 반복이 아닌 차이의 생성 과정으로 이해함으로써 기존 형이상학의 기초를 전복하였다. 그는 『차이와 반복』, 『의미의 논리』, 『안티 오이디푸스』 등의 저작을 통해 정체성과 고정된 본질 개념을 해체하고, 생성, 유동, 다양성, 탈코드화라는 개념들을 중심으로 사유를 확장해갔다. 들뢰즈는 전통 형이상학이 존재를 항구적 동일성 위에서 설명해왔으며, 차이는 늘 부수적이거나 오류로 간주되어 왔다고 비판했다. 반면 그는 차이를 존재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며, 존재란 끊임없이 생성되는 과정이며, 동일성은 오히려 반복의 결과로 생기는 효과일 뿐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은 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을 넘어서 탈중심적 존재론을 구성하는 데 핵심적인 토대가 되.. 2025. 7. 28.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과 인간 조건에 대한 정치철학적 성찰 한나 아렌트는 20세기 독일 출신의 정치철학자로, 전체주의의 등장과 그 내부에서 발생한 도덕적 붕괴를 날카롭게 분석한 인물이다. 유대계로서 나치 정권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그녀는, 전통적 정치철학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간과 정치, 도덕과 악을 사유하였다. 특히 그녀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라는 개념을 통해, 극악한 범죄조차 일상의 행정과 무비판적 복종 속에서 수행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통찰을 제시하였다. 그녀의 이러한 문제의식은 인간이 생각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을 때, 어떻게 파괴적인 체제에 동참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며, 도덕적 주체로서의 인간 책임을 철학적으로 재정의한다. 또한 그녀는 『인간의 조건』에서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세 가지 활동—노동.. 2025. 7. 28.
미셸 푸코의 권력 개념과 규율 사회에 대한 비판적 고찰 미셸 푸코는 20세기 프랑스의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중 한 명으로, 지식과 권력, 주체와 담론의 관계를 중심으로 근대 사회를 해부하였다. 그는 전통적으로 권력이 상위 계급이 하위 계급을 지배하거나 강제하는 억압적 장치로 이해되었던 것과 달리, 권력은 다양한 사회 영역에 퍼져 있는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힘이라고 주장했다. 푸코에 따르면 권력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단지 강제하거나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을 만들고 행위를 조직하며, 주체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특히 그는 감옥, 학교, 병원, 군대 등의 제도를 분석하며, 이들이 단지 기능적 기관이 아니라 권력의 기술이 작동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푸코는 권력의 비가시성과 내면화를 강조하며, 현대 사회가 물리적 강제 없이.. 2025. 7. 28.
메를로퐁티의 지각 현상학과 몸의 철학 모리스 메를로퐁티는 20세기 프랑스 철학자로, 현상학의 흐름 속에서 독자적인 ‘지각의 철학’을 구축한 인물이다. 그는 후설의 현상학을 계승하면서도, 의식을 모든 인식의 중심에 두는 관점을 비판하고, 보다 근원적인 차원에서 ‘몸’을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의 대표작 『지각의 현상학』은 인간이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이 단지 이성적 해석이나 주관적 의식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몸의 지각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역설하였다. 메를로퐁티에게 세계는 단지 객체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몸을 통해 체험되는 현장으로 존재하며, 그 경험은 항상 관계적이고 맥락적인 의미를 동반한다. 그는 지각이 단순한 감각 정보의 수집이 아니라, 의미의 창출이며 존재 방식이라고 주장하였고, 이를 통해 주체와 객체, 의식과 .. 2025.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