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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로티의 신실용주의 - 진리는 대화 속에서 형성된다 리처드 로티는 20세기 후반 미국 철학계를 대표하는 사상가로, 전통 철학의 보편주의적 야망을 해체하고 철학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인물이다. 그는 존 듀이, 윌리엄 제임스, 찰스 퍼스 등 미국 고전 실용주의자들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이를 20세기 언어철학, 해석학, 포스트모더니즘과 접목하여 ‘신실용주의(neo-pragmatism)’라는 독자적 입장을 구축했다. 로티는 진리란 세계와 일치하는 객관적 명제가 아니라, 사회적 대화를 통해 형성되는 일시적 합의라고 본다. 그는 형이상학적 실재나 초월적 진리를 추구하는 전통 철학의 방식이 오히려 인간의 자유로운 사고와 표현을 억압한다고 비판하며, 철학은 더 이상 진리의 기초를 찾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상호이해를 증진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2025. 8. 3.
슬라보예 지젝의 이데올로기 비판 - 무의식과 현실 사이의 갈등 슬로베니아 출신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현대 이데올로기 비판의 대표적 인물로, 라캉의 정신분석 이론과 헤겔의 변증법을 결합하여 독특한 정치철학을 전개해왔다. 그는 이데올로기를 단순히 ‘거짓 의식’으로 이해했던 전통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을 넘어서, 오히려 이데올로기가 현실을 구성하는 방식 그 자체라고 주장한다. 지젝은 우리가 진실을 모르기 때문에 속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스스로를 속이는 구조에 주목한다. 그는 이를 통해 이데올로기가 단지 외부의 억압이 아니라, 주체 내부의 무의식적 참여와 반복을 통해 유지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젝은 영화, 광고, 대중문화, 정치 담론 등을 분석하면서, 사람들이 자유롭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이미 이데올로기적 구조 안에 포획되어 있다는 점을 날카롭게.. 2025. 8. 3.
질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 동일성 너머의 사유를 향하여 질 들뢰즈는 20세기 후반 프랑스 철학을 대표하는 사상가 중 하나로, 특히 『차이와 반복』에서 제시한 존재론적 전회는 전통 형이상학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흔든 시도로 평가된다. 그는 서양 철학이 플라톤 이래로 동일성, 유사성, 정체성을 기준으로 세계를 이해해 왔다고 지적하며, 그 결과 모든 차이는 ‘같음의 정도’로 환원되었다고 비판한다. 들뢰즈는 이에 맞서 ‘차이 그 자체’를 철학의 중심 개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차이를 단지 비교나 분류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존재를 생성하고 운동하게 하는 능동적 힘으로 본다. 동시에 반복 또한 단순한 동일한 것의 재현이 아니라, 매 순간 다른 국면을 생성하는 창조적 계기로 해석한다. 들뢰즈에게 있어 존재란 이미 주어진 형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차이를 생.. 2025. 8. 3.
존 롤스의 정의론 - 공정한 사회는 어떻게 가능한가 존 롤스는 20세기 정치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가 중 한 명으로, 그의 『정의론(A Theory of Justice)』은 현대 자유주의 이론의 기초를 세운 대표적인 저작이다. 그는 공리주의적 정의관이 개인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고 비판하고, 정의를 ‘공정으로서의 정의’로 새롭게 정립하고자 했다. 롤스는 사회가 구성원 간의 합의로 정당성을 획득한다고 보고, 만약 모든 이가 공정한 조건에서 사회의 기본 규칙을 선택한다면 그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공정한 조건은 ‘원초적 입장(original position)’과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이라는 사고실험을 통해 설정된다. 여기서 개인들은 자신의 계층, 능력, 성별, 가치관 등을 모른 채 사회의 원칙을 선택해야 .. 2025. 8. 3.
장 자크 루소의 일반의지 - 자유는 공동체 안에서 실현된다 장 자크 루소는 계몽주의 시대에 가장 독창적인 정치철학을 전개한 사상가 중 한 명으로, 『사회계약론』을 통해 개인의 자유와 정치적 권위의 정당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이론을 제시했다. 그는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는 자유로우나 불안정하며, 사회 상태에서는 안전을 얻는 대신 자유를 상실하게 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참된 사회는 개인의 자유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루소는 이 모순을 ‘일반의지(volonté générale)’ 개념을 통해 해결한다. 일반의지는 단순히 다수결이나 다수의 의견을 의미하지 않으며, 공동선을 향한 전체 시민의 의지를 뜻한다. 루소에 따르면, 개인이 일반의지에 복종할 때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복종하는 것이며, 이는 외부 권위에 의해 지배당하지 않는 자유.. 2025. 8. 3.
에드문트 후설의 현상학 - 의식은 언제나 무언가를 향한다 에드문트 후설은 20세기 철학의 기초를 놓은 현상학의 창시자로, 근대 철학이 끊임없이 흔들려온 인식의 기반을 ‘의식’의 직접적 경험 속에서 다시 세우고자 했다. 그는 과학적 객관성이나 형이상학적 실체보다도 먼저,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경험하는가에 주목하며, 경험의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현상학적 방법’을 제시한다. 후설에게 철학이란 세계를 설명하거나 추론하기 이전에, 세계가 우리에게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기술하는 작업이다. 그는 모든 전제와 믿음을 괄호치고, 경험의 본질에 직접 접근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판단중지(epoché)’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후설은 인간의 의식이 본질적으로 ‘지향성(intentionalität)’을 지닌다고 보았고, 이는 곧 의식이 항상 무언가를 ‘의식하고 있다’는 구조를 .. 2025. 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