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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철학 - 의미는 사용 속에 존재한다

by simplelifehub 2025. 8. 14.

언어는 더 이상 사물의 그림이 아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초기 철학, 특히 『논리-철학 논고』에서는 언어가 세계를 그림처럼 반영한다고 보았다. 그는 문장이 사물과 사실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일종의 논리적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언어의 의미는 그것이 세계를 어떻게 묘사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후기 철학으로 넘어오면서 그는 이러한 모사 이론의 한계를 인식하게 된다. 그는 언어가 세계를 그대로 반영하는 정적인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다양한 삶의 맥락에서 실천적으로 사용되는 살아 있는 행위임을 강조한다. 즉, 의미란 문장 그 자체의 구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사용되는 방식과 상황 속에서 결정된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철학적 문제들을 언어의 오용에서 비롯된 혼란으로 바라보게 만들었으며, 의미에 대한 새로운 해석학적 전환을 가능하게 했다.

언어 게임과 삶의 형식이라는 개념

후기 비트겐슈타인은 ‘언어 게임’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인간의 언어 사용을 설명한다. 언어 게임이란 특정한 규칙과 맥락 속에서 수행되는 언어의 다양한 활동을 말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삶의 방식 안에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명령, 요청, 농담, 설명, 서약, 질문 등은 각각 다른 언어 게임에 속하며, 그 의미는 각 게임의 규칙 안에서만 성립한다. ‘삶의 형식’은 이러한 언어 게임이 실현되는 더 큰 사회적, 문화적 틀을 가리킨다. 이 개념은 언어가 추상적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공동체적 실천 속에서 의미를 지니게 됨을 강조한다. 따라서 의미란 고정된 정의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으며, 철학자의 임무는 언어의 실제 사용을 면밀히 살펴 혼란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는 철학을 일종의 치료로 보는 비트겐슈타인의 독특한 입장을 잘 보여준다.

철학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명료화의 작업이다

비트겐슈타인은 후기 철학에서 전통 철학이 빠져 있는 많은 문제들이 사실 언어의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았다. 즉, 우리가 사용하는 개념들이 각기 다른 문맥에서 서로 뒤섞이거나, 일상적인 언어의 유동성을 무시하고 개념을 추상적으로 고정하려고 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예컨대 '의미', '마음', '앎' 같은 개념들이 명확한 정의를 갖고 있다고 가정할 때 철학은 무의미한 이론 논쟁으로 빠지게 된다. 이에 대해 그는 철학자의 역할은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언어의 쓰임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혼란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런 점에서 철학은 과학이나 종교처럼 지식을 축적하거나 진리를 발견하는 학문이 아니라, 인간이 삶 속에서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을 점검하고 이해하는 실천적 작업으로 재정의된다. 이는 철학을 삶 속에서 끊임없이 되묻고 조율하는 성찰적 활동으로 바라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