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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머의 철학적 해석학 - 이해는 객관이 아닌 만남이다

by simplelifehub 2025. 8. 13.

이해는 해석자의 전통과 선이해를 통해 이뤄진다

가다머는 이해를 단순한 정보 습득이나 객관적 해석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무언가를 이해할 때 언제나 특정한 역사적 배경, 문화적 맥락, 그리고 선이해를 통해 그것을 바라보게 된다고 말한다. ‘선이해’란 특정 사물을 이해하기 이전에 이미 우리 안에 형성되어 있는 전제와 시각, 기대와 관점을 뜻하며, 이는 중립적 사고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조건 자체다. 따라서 텍스트를 해석하거나 타인의 말을 이해할 때 우리는 그 자체로 ‘빈 종이’가 아니다. 이처럼 이해란 해석자와 대상 간의 상호작용으로 이뤄지는 과정이며, 그 안에서 의미는 고정된 형태로 존재하지 않고, 언제나 새롭게 구성된다. 가다머는 이를 통해 기존의 객관주의 인식론이 간과했던 인간의 존재론적 측면을 복원하려 했다.

대화는 진리와 의미가 생성되는 장이다

가다머의 해석학에서 대화는 단순한 정보 교환이 아니라 진리 생성의 장소다. 그는 이해란 본질적으로 대화적인 구조를 가지며, 이 대화를 통해 해석자와 대상은 상호작용 속에서 변화한다고 보았다. 대화는 일방적인 설득이나 주입이 아닌, 서로가 열린 태도로 임할 때만 가능하며, 의미는 고정된 진리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이 충돌하고 조율되는 과정 속에서 형성된다. 특히 가다머는 ‘지평의 융합(fusion of horizons)’이라는 개념을 통해, 과거와 현재, 해석자와 해석 대상, 전통과 경험이 만나 새로운 이해의 장을 열 수 있다고 보았다. 이 지평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확장·변형되며, 대화를 통해 항상 새롭게 구성된다. 따라서 이해는 완결된 해답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이어지는 대화의 과정이며, 바로 그 안에서 진리가 형성된다.

해석학은 인간의 존재 방식을 반영한다

가다머의 해석학은 단지 문학이나 철학 텍스트의 분석 방법이 아니다. 그는 해석학을 인간 존재 자체의 방식으로 보았다. 인간은 언제나 이해하는 존재이며, 삶은 해석의 연속이다. 우리는 타인의 말, 문화적 상징, 역사적 사건, 예술 작품, 법률, 제도 등 모든 것에 대해 해석하며 살아간다. 이런 해석은 절대적 기준이나 객관적 지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해석과 재해석의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더 넓은 공동체와의 소통 가능성을 확장해 나간다. 가다머는 이해와 해석이 곧 인간 존재의 본질이라고 주장하며, 우리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이 대화적·해석적 구조 속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일방적 진리 탐구보다는 상호 이해를 중시하는 새로운 철학적 전환점을 제시하며, 오늘날 다문화 사회와 소통 불능의 시대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