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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의 자유론 - 소외된 인간의 딜레마

by simplelifehub 2025. 8. 13.

현대 사회에서 자유는 해방이 아니라 불안으로 작용한다

에리히 프롬은 자유를 단순히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으로 이해하지 않았다. 그는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인간이 외적 구속으로부터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불안과 고립감을 더 강하게 느끼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중세와 같은 전통 사회에서는 사람들은 명확한 신분질서와 가치 체계 속에서 정체성을 부여받았지만, 근대 사회에서의 자유는 모든 연결을 끊어낸 뒤 각자가 책임져야 하는 상태를 의미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고립되고, 삶의 방향성을 상실한 채, 자율이라는 이름의 중압감 속에서 도피처를 찾기 시작한다. 이러한 자유는 실제로는 심리적 불안을 가중시키며, 오히려 전체주의, 권위주의, 맹목적 순응과 같은 새로운 속박으로 인간을 몰아넣는다. 프롬은 자유를 단지 형식적인 권리의 문제로 보지 않고, 인간 내면의 존재 방식과 연결하여 해석한 것이다.

자유는 자기실현의 조건일 때에만 진정한 해방이 된다

프롬은 인간이 진정으로 자유롭기 위해서는 단순히 외적 억압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내면의 성숙과 자아의 실현이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산적 인간의 개념을 통해 자기 자신을 창조적으로 실현해나가는 존재만이 자유를 감당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스스로 묻고 답할 수 있는 성찰 능력이 필요하다. 이 자유는 수동적 상태가 아니라 능동적 실천이며, 사랑·노동·이성이라는 인간의 고유한 역량을 통해 실현된다. 프롬은 현대인이 기술적·물질적 자유를 누리면서도 삶의 본질적 목적을 상실한 채 타인의 기대와 사회적 구조 속에서만 움직이는 것을 비판하며, 진정한 자유는 외부 세계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에서 비롯되어야 한다고 본다.

현대 자본주의는 자유를 가장한 소외를 낳는다

프롬은 자본주의가 표방하는 자유가 실상은 인간을 더욱 깊은 소외로 몰아넣는다고 경고한다. 그는 소비 중심의 문화가 인간을 타인과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 단절시킨다고 보았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소비하고 선택하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광고와 시장 논리, 사회적 기준에 의해 조종당하는 객체에 가까워진다. 노동은 창조적 자아실현의 장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강제된 수단이 되고, 인간은 점점 자기 자신과 분리된 채 기능적 존재로만 살아간다. 이와 같은 구조 속에서 자유는 인간의 본성을 실현하는 힘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성을 해체시키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 프롬은 진정한 자유는 관계 속에서 실현되며, 사랑과 연대,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통해 인간이 다시 타인과 세상에 연결될 때 가능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