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 생각하지 않는 위험

by simplelifehub 2025. 8. 13.

한나 아렌트는 1961년 예루살렘에서 열린 아돌프 아이히만 재판을 취재하며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라는 충격적인 개념을 세상에 내놓았다. 아이히만은 수많은 유대인의 학살을 조직적으로 수행한 나치 관료였지만, 재판 과정에서 자신은 단지 명령에 따랐을 뿐이며, 특별한 악의를 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렌트는 그의 모습에서 괴물 같은 잔혹성이 아니라, 생각 없이 체제에 순응하는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발견했다.

사고의 부재와 복종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범죄를 저지른 근본 원인을 ‘사고하지 않음’에서 찾았다. 그는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성찰하지 않았으며, 단지 상부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을 의무로 여겼다. 이러한 태도는 개인이 도덕적 판단을 포기하고 체제에 전적으로 복종하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거대한 악을 가능하게 한다. 아렌트는 이를 경고하며, 시민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잃는 순간, 민주 사회도 전체주의의 위협에 노출된다고 보았다.

악의 평범성이 주는 교훈

‘악의 평범성’은 악을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이는 악이 반드시 심각한 악의나 병리적 성향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을 무비판적으로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사회는 개인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도덕적 책임을 자각하며, 부당한 명령에 저항할 수 있는 교육과 문화를 갖추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의 적용

오늘날에도 악의 평범성 개념은 여전히 유효하다. 기업의 부당한 관행, 정부의 인권 침해, 온라인에서의 집단 괴롭힘 등은 종종 참여자들이 ‘그저 절차에 따랐을 뿐’이라고 변명하며 발생한다. 아렌트의 사상은 우리 각자가 작은 역할 속에서도 도덕적 주체로서의 책임을 져야 하며, 무엇보다 ‘생각하는 습관’을 잃지 말아야 함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