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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창문에는 커튼이 생겼을까

by simplelifehub 2026. 1. 14.

창문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커튼이 함께 연상된다. 낮에는 열어 빛을 들이고, 밤에는 닫아 외부의 시선을 막는 이 천 조각은 창문 사용의 기본 규칙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빛과 바람을 들이기 위한 구멍에 굳이 천을 달아야 할 이유가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실제로 역사 속 많은 건축물에는 오랫동안 커튼이 없었고, 창문은 열림과 닫힘만으로 기능했다. 그렇다면 왜 창문에는 결국 커튼이 생기게 되었을까. 이 글에서는 커튼이 창문과 결합하게 된 배경을 일상 사물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살펴본다.

창문은 오랫동안 보는 구멍이 아니라 통과하는 구멍이었다

초기의 창문은 오늘날과 같은 투명한 유리를 전제로 하지 않았다. 바람과 연기를 빼내고, 빛을 조금이라도 들이기 위한 개구부가 창문의 본래 역할이었다. 이때 창문은 시선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공기와 빛의 흐름을 조절하는 구조였다. 유리가 보편화되기 이전, 창문은 열려 있거나 닫혀 있는 상태로만 존재했다. 닫힐 때는 나무판이나 셔터가 사용되었고, 열릴 때는 외부와 내부가 그대로 연결되었다. ‘보인다’와 ‘가린다’의 구분은 지금처럼 섬세하지 않았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커튼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창문은 생활의 중심이 아니라 보조적 요소였고, 내부의 사적인 모습이 외부에 노출된다는 개념도 지금만큼 분명하지 않았다. 즉 초기의 창문은 시선을 관리하는 장치라기보다, 환경을 조절하는 구조물에 가까웠다.

유리가 창문을 보이는 벽으로 만들었다

유리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창문의 성격은 크게 달라졌다. 바람과 비를 막으면서도 빛을 들일 수 있게 되자, 창문은 닫힌 상태에서도 외부를 볼 수 있는 장치가 되었다. 이는 실내 생활의 질을 크게 바꾸었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안에서 밖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밖에서도 안을 볼 수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창문은 더 이상 단순한 개구부가 아니라, 시선이 오가는 경계가 되었다. 이 시점에서 커튼의 필요성이 등장했다. 커튼은 창문을 완전히 닫지 않고도 시선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빛은 들이되, 시선은 막을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 것이다. 이로써 창문은 열림과 닫힘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보이게 할 것인가, 가릴 것인가’를 조절하는 장치로 확장되었다.

커튼은 사생활이라는 개념을 시각화했다

커튼이 보편화되면서, 사생활에 대한 인식도 함께 달라졌다. 커튼을 친다는 행위는 단순히 빛을 막는 것이 아니라, 내부를 외부로부터 분리하겠다는 선언이 되었다. 커튼은 공간의 성격을 바꾸는 스위치처럼 작동했다. 낮과 밤에 따라 커튼의 상태가 달라지면서, 생활의 리듬도 시각적으로 드러났다. 커튼이 열려 있을 때는 외부와 연결된 상태, 닫혀 있을 때는 내부로 수축된 상태가 되었다. 커튼은 시간과 활동의 변화를 표시하는 장치가 되었다. 또한 커튼은 집 안의 시선을 재배치했다. 외부를 의식하지 않고 내부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실내 생활의 밀도를 높였다. 집은 단순히 머무는 공간에서, 보호받는 공간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점은 커튼이 단단한 구조물이 아니라, 쉽게 열고 닫을 수 있는 천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사생활이 절대적인 차단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조절되는 개념임을 보여준다. 커튼은 벽처럼 고정된 장벽이 아니라, 선택 가능한 경계였다. 결국 창문에 커튼이 생긴 이유는 빛 때문만도, 장식 때문만도 아니다. 커튼은 시선을 관리하고, 사생활을 조절하며, 공간의 상태를 바꾸기 위해 선택된 가장 유연한 장치였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커튼을 여닫는 순간에도, 그 동작은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려는 오랜 생활 방식과 사회적 합의가 조용히 작동하는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