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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바디우의 존재와 사건 - 진리는 사건에서 탄생한다

by simplelifehub 2025. 8. 9.

알랭 바디우는 현대 프랑스 철학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사상가로, 수학적 존재론과 급진적 정치철학을 결합하여 새로운 형이상학을 전개했다. 그는 존재를 ‘다수성의 무한 집합’으로 이해하며, 이를 설명하기 위해 집합론을 철학적 도구로 사용했다. 바디우에 따르면 세계는 이미 주어진 질서와 구조 속에서 작동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사건(event)’이라는 예외적 순간에서 발생한다. 사건은 기존 질서에 포섭되지 않는 돌발적 사건으로, 기존의 규칙과 분류 체계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 이러한 사건 속에서 진리가 탄생하며, 이는 단순한 지식의 확장이 아니라 전혀 다른 세계관의 시작을 의미한다.

존재와 수학적 존재론

바디우는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수학, 특히 집합론을 철학의 근간으로 삼았다. 그는 존재를 ‘하나’로 환원할 수 없는 무한한 다수성으로 보았다. 집합론은 이러한 다수성을 기술하는 도구로, 존재의 근본 구조를 보여준다. 그의 존재론에서 세계는 항상 이미 조직된 질서 속에서 나타나지만, 그 질서 자체는 완전하지 않고 빈틈을 가지고 있다. 이 빈틈이 바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의 자리다. 바디우는 전통 철학이 존재를 본질적으로 고정된 실체로 보았던 것과 달리, 존재를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다수성의 장으로 이해했다.

사건과 진리의 탄생

사건은 기존 세계의 구조에 의해 포섭되지 않는 예외적인 순간이다. 예를 들어, 정치 혁명, 과학적 혁신, 예술적 창조, 사랑의 만남과 같은 것들이 사건의 예가 될 수 있다. 사건은 기존 질서의 언어와 규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으며, 이를 인식하고 수용하는 주체의 결단을 요구한다. 바디우에 따르면 진리는 바로 이러한 사건을 ‘충실히 따르는 행위’ 속에서 발생한다. 진리는 단순히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사건에 대한 지속적인 충실성을 통해 창조된다. 따라서 진리란 시간 속에서 형성되고 유지되는 적극적 실천의 결과물이다.

사건 이후의 주체와 실천

사건은 개인을 단순한 ‘존재자’에서 ‘주체’로 변화시킨다. 주체는 사건에 대한 충실성을 선택하고, 그 선택을 지속하는 과정 속에서 형성된다. 바디우는 이를 정치, 예술, 과학, 사랑이라는 네 가지 ‘진리의 절차’에서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예를 들어, 정치적 사건에 충실한 주체는 새로운 정의의 가능성을 사회에 구현하려 하고, 예술적 사건에 충실한 주체는 전례 없는 형식을 창조하려 한다. 중요한 점은, 사건이 발생한 뒤에도 기존 질서의 압력은 여전히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주체는 이러한 저항 속에서도 사건의 진리를 유지하려는 실천을 계속해야 한다. 바디우의 철학은 진리를 고정된 결과물이 아니라, 사건 이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이해하도록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