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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성은 언제부터 판단의 이상이 되었는가

by simplelifehub 2025. 12. 31.

오늘날 객관성은 신뢰할 수 있는 판단의 조건처럼 여겨진다. 감정이나 개인적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동일한 기준에 따라 대상을 바라보는 태도는 올바른 사고의 전제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객관성은 자연스럽게 주어진 인식 방식이 아니라, 특정한 역사적 요구 속에서 형성된 이상이었다. 오랫동안 인간의 판단은 경험과 지위, 관계에 기반해 이루어졌고, 그 방식은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다. 이 글에서는 객관성이 어떻게 이상적인 판단 태도로 부상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인간의 사고를 어떤 방향으로 정렬시켰는지를 살펴본다.

판단은 언제나 사람의 위치에 묶여 있었다

전근대 사회에서 판단은 객관적이기보다 관계적이었다. 누가 말했는지, 어떤 위치에 있는지가 판단의 신뢰를 좌우했다. 오랜 경험을 가진 사람의 말, 사회적 지위를 가진 이의 의견은 그 자체로 설득력을 가졌다. 이 시기의 판단은 특정한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했다. 관찰자는 대상과 분리되지 않았고, 판단은 상황과 맥락 속에서 내려졌다. 누구의 시선인가를 묻는 일은 중요했지만, 그 시선이 문제시되지는 않았다. 판단의 신뢰는 개인의 덕목과 명성에 달려 있었고, 서로 다른 판단이 공존하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객관성은 아직 요구되지 않는 가치였다. 이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정확한 결론보다, 납득 가능한 설명이었다.

관찰자를 지우려는 시도가 만들어낸 변화

사회가 복잡해지고 판단의 영향 범위가 넓어지면서, 개인의 시선에 의존한 판단은 점점 불안정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동일한 사안을 두고 서로 다른 판단이 반복되자, 누가 옳은지를 가리는 기준이 필요해졌다. 이때 등장한 발상이 관찰자의 위치를 판단에서 제거하려는 시도였다. 누가 보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이 보였는지를 중심에 두려는 태도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판단은 개인의 경험에서 벗어나, 공유 가능한 기준 위에 놓이게 되었다. 객관성은 이러한 요구 속에서 신뢰를 얻었다. 판단이 개인의 성향이나 이해관계와 무관하다는 인상은 결과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사람보다 기준이 앞서는 사고 방식이 확산되었다. 관찰자를 지운다는 발상은 판단을 안정시켰지만, 동시에 인간의 개입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 효과를 낳았다.

판단의 일관성을 높이면서 사고의 폭을 제한한 객관성

객관성이 이상적인 태도로 자리 잡으면서, 판단의 기준은 크게 달라졌다. 감정과 경험, 맥락은 주관적인 요소로 분류되었고, 가능한 한 배제되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었다. 이 변화는 판단의 일관성을 높였지만, 동시에 사고의 폭을 제한했다. 수치화되거나 기록될 수 없는 요소는 판단에서 밀려났고, 설명하기 어려운 차이는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되었다. 객관성은 또한 책임의 위치를 바꾸었다. 판단이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기준의 적용으로 설명되면서, 결과에 대한 책임은 흐려졌다. 결정은 사람의 것이 아니라, 객관적 절차의 산물처럼 이해되었다. 결국 객관성은 인간 사회에 강력한 판단 도구를 제공했지만, 그 도구는 완전하지 않았다. 관찰자를 지운다고 해서 인간의 선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고,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었다. 객관성은 중립적인 진리가 아니라, 특정한 불확실성을 관리하기 위해 선택된 인식의 방식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객관성을 당연한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역시, 오랜 역사적 선택의 결과이며, 그 선택이 만들어낸 장점과 한계를 함께 인식할 때 비로소 객관성의 의미는 더 분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