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수치로 표현하고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는 인간 사회에 안정감을 제공해왔다. 위험을 계산할 수 있다는 믿음은 대비를 가능하게 했고, 대비는 통제의 감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계산이 가능하다고 여겨진 위험과 실제로 발생한 재난 사이에는 언제나 간극이 존재했다. 이 간극은 단순한 기술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자연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에서 비롯되었다. 이 글에서는 위험이 계산의 대상이 되었을 때 무엇이 놓치게 되었는지, 재난이 왜 늘 ‘예외’로 등장했는지, 그리고 그 간극이 사회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살펴본다.
위험을 수치로 다루기 시작한 사회의 판단 방식
위험을 계산한다는 것은 불확실성을 일정한 틀 안에 넣는 행위였다. 홍수의 가능성, 가뭄의 빈도, 흉작의 확률은 점차 수치로 표현되었고, 이는 대비의 기준이 되었다. 사회는 이러한 수치를 통해 무엇이 허용 가능한 위험인지 판단하기 시작했다. 이 방식의 장점은 분명했다. 모든 가능성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고, 일정 수준의 위험은 감수할 수 있다고 결정할 수 있었다. 위험은 더 이상 막연한 공포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대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 판단에는 중요한 전제가 깔려 있었다. 과거의 조건이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였다. 계산은 이전 경험을 기반으로 했고, 그 범위를 벗어나는 상황은 고려 대상에서 자연스럽게 제외되었다. 이 시점부터 사회는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문제’와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가능성’으로 나누기 시작했다. 재난은 후자의 영역으로 밀려났다.
재난이 늘 계산 밖에서 발생한 이유
재난은 거의 언제나 예상 범위를 넘어서는 형태로 등장했다. 강수량의 평균값은 맞았지만, 집중호우의 강도는 달랐고, 계절의 순서는 유지되었지만 시점이 어긋났다. 계산은 틀리지 않았다고 여겨졌지만, 현실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는 재난을 ‘비정상적인 사건’으로 규정했다. 기준에서 벗어난 예외로 취급함으로써, 기존 판단 체계를 유지하려 했다. 문제는 예외가 반복된다는 점이었다. 재난이 반복될수록, 계산과 현실의 차이는 점점 분명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계산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보다, 기준을 조금씩 조정하는 선택을 했다. 위험의 범위는 넓어졌지만, 계산 중심의 사고는 유지되었다. 이 과정에서 재난은 설명 가능한 사건이 아니라, 늘 ‘예상하지 못한 일’로 남았다. 계산의 언어는 재난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재난을 설명에서 제외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계산의 신뢰가 만들어낸 대응의 미흡
위험을 계산할 수 있다는 믿음은 사회의 대응 방식을 결정지었다. 대비는 수치에 맞춰 이루어졌고, 그 범위를 넘어서는 상황은 준비 대상이 아니었다. 이는 효율적인 선택처럼 보였지만, 동시에 대응의 유연성을 약화시켰다. 사람들은 기준 안에서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안심했고, 체감되는 이상 신호는 과민 반응으로 취급되었다. 계산이 감각을 압도하는 순간이었다. 재난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맞닥뜨릴 수밖에 없었다. 재난 이후에도 계산의 신뢰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실패는 계산 방식의 한계가 아니라, ‘드문 상황’으로 설명되었다. 책임은 특정 사건이나 변수로 이동했고, 판단 체계 자체는 유지되었다. 결국 계산 가능한 위험과 계산 불가능한 재난 사이의 간극은 계속 남았다. 인간 사회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계산을 선택했지만, 그 선택은 모든 가능성을 포괄하지는 못했다. 환경을 수치로 이해하려는 시도는 중요한 진보였지만, 재난은 늘 그 바깥에서 등장하며 인간의 확신을 흔들어왔다. 환경의 역사는 이 간극을 메우려는 노력과, 그 노력이 반복적으로 마주한 한계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