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신드 지역에 위치한 모헨조다로(Mohenjo-daro)는 기원전 2600년경부터 번영한 인더스 문명의 핵심 도시로, 고대 세계에서 가장 체계적인 도시 계획을 보여주는 유적으로 평가된다. 직선적인 도로망, 표준화된 벽돌, 정교한 배수 시설은 이 도시가 우발적으로 성장한 취락이 아니라, 명확한 원칙 아래 설계된 계획 도시였음을 입증한다. 왕궁이나 거대한 신전, 지배자의 초상이 두드러지지 않는 점은 인더스 문명이 다른 고대 문명과 구별되는 독특한 사회 구조를 지녔음을 시사한다. 이 글에서는 모헨조다로의 도시 구조와 위생 시스템, 사회 조직과 경제 기반, 그리고 고고학 연구가 밝히는 인더스 문명의 문명사적 의미를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격자형 도시 계획과 배수 중심으로 인한 대욕장 설계
모헨조다로의 가장 인상적인 특징은 철저한 격자형 도시 계획이다. 도시는 동서와 남북으로 교차하는 직선 도로망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주요 간선 도로와 이를 잇는 골목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는 이동과 물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설계로, 중앙 권력에 의한 도시 관리가 이루어졌음을 암시한다. 건축 재료로 사용된 벽돌은 규격이 놀라울 정도로 표준화되어 있다. 길이와 두께 비율이 일정한 구운 벽돌은 대량 생산 체계와 품질 관리의 존재를 보여주며, 이는 도시 전반의 통일성을 가능하게 했다. 주거지는 크기와 구조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기본적인 평면 구성은 유사해 사회적 평등성이 일정 수준 유지되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배수 시스템이다. 대부분의 주택에는 우물이 설치되어 있었고, 사용된 물은 벽돌로 덮인 배수로를 통해 거리의 주 배수관으로 흘러갔다. 이 배수관은 정기적인 청소를 고려해 점검구가 마련되어 있었으며, 이는 위생 관리가 도시 운영의 핵심 요소였음을 보여준다. 대욕장(Great Bath)은 이러한 물 관리 문화의 상징적 공간이다. 방수 처리된 벽돌과 배수 시설을 갖춘 이 구조물은 의례적 정화나 공동체 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해석되며, 물이 사회적·종교적 의미를 지녔음을 보여준다.
모헨조다로에서의 거대한 신전과 미해독 문자
모헨조다로에서는 왕궁이나 거대한 신전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이는 강력한 개인 통치자보다 행정과 규범에 기반한 사회 운영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도시 전반의 균질한 주거 구조와 공공 인프라는 권력이 과시적 건축보다 실질적 관리에 집중되었음을 암시한다. 경제적으로 인더스 문명은 광범위한 교역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모헨조다로에서 출토된 인장, 구슬, 금속 공예품은 메소포타미아와의 교류 흔적을 보여주며, 해상과 육상 교역이 병행되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동물 문양과 미해독 문자가 새겨진 인장은 상품 관리와 소유 표시, 행정 기능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크다. 장인 활동 역시 중요한 경제 기반이었다. 석재 구슬, 청동 도구, 조개 장식품의 제작 흔적은 전문화된 생산이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며, 이는 도시 내 분업 구조의 존재를 입증한다. 이러한 생산품은 지역 내 소비뿐 아니라 장거리 교역의 주요 품목이었다. 식생활 분석과 유물 분포는 인더스 사회가 농업과 교역을 균형 있게 결합했음을 보여준다. 밀과 보리 재배, 가축 사육, 어업이 병행되었으며, 이는 대규모 도시 인구를 안정적으로 부양하는 기반이 되었다.
모헨조다로의 조용한 문명으로서의 평가
모헨조다로는 인더스 문명이 ‘조용한 문명’이었다는 평가를 가능하게 한다. 전쟁을 묘사한 유물이나 대규모 방어 시설이 거의 없다는 점은, 폭력적 정복보다 규범과 교역, 도시 관리에 기반한 사회였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는 국가 형성의 또 다른 경로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문자 미해독 문제는 인더스 연구의 가장 큰 과제다. 짧은 기호로 이루어진 인더스 문자는 아직 해독되지 않았지만, 그 반복성과 배치 방식은 행정·경제 기록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고고학은 문자 해독 없이도 도시 구조와 물질 문화를 통해 사회의 성격을 재구성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환경 고고학 연구는 인더스 문명의 쇠퇴가 강의 흐름 변화와 기후 변동과 밀접하게 연관되었음을 제안한다. 하천 이동과 홍수 패턴 변화는 도시 유지 비용을 증가시켰고, 이는 점진적인 분산과 이동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붕괴보다는 재배치와 적응의 과정으로 이해된다. 문명사적으로 모헨조다로는 위생, 도시 관리, 표준화라는 측면에서 고대 세계의 선구적 사례다. 인더스 문명은 화려한 기념비 없이도 고도의 사회 조직과 기술을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문명 발전의 다양성을 입증한다. 결론적으로 모헨조다로는 계획 도시의 원형이자, 행정과 일상이 결합된 고대 문명의 정수다. 고고학 연구는 이 유적을 통해 권력의 과시가 아닌 관리와 규범이 사회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문명 모델을 제시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연구는 인더스 문자 해독과 지역 간 비교를 통해 이 문명의 실체를 더욱 입체적으로 밝혀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