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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 -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과 대재앙으로 끝난 모스크바 진격

by simplelifehub 2025. 11. 13.

정복자의 야망, 러시아를 향하다

1812년, 유럽의 패권을 쥐고 있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러시아 제국을 굴복시키고 유럽 대륙 전체에 프랑스 중심의 질서를 확립하고자 했다. 이미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 스페인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을 무릎 꿇린 상태에서 러시아만이 유일한 장애물처럼 여겨졌다.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1세는 대륙봉쇄령을 지키지 않고 영국과 무역을 지속하며 나폴레옹의 통상 정책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이에 나폴레옹은 약 60만 명에 달하는 유럽 최대의 다국적 군대, 이른바 '그랑다르메(Grande Armée)'를 조직하여 러시아 원정을 단행한다. 그의 전략은 짧은 시간 내에 러시아군을 분쇄하고 모스크바를 점령함으로써 전쟁을 종결짓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거대한 원정은 단순한 전쟁이 아니라 기후, 보급, 전술, 심리전 등 수많은 요소가 얽힌 대재앙의 서막이 되었다.

모스크바 입성의 허망함과 시작된 참극

러시아군은 나폴레옹과의 정면 충돌을 피하며 후퇴를 거듭했고, 프랑스군은 보급선을 점점 더 늘리며 내륙 깊숙이 진군하게 되었다. 9월 초 보로디노 전투에서 격전을 벌인 끝에 프랑스군은 가까스로 승리를 거두고 마침내 9월 14일 모스크바에 입성하게 된다. 하지만 모스크바는 텅 빈 도시였고, 러시아 시민들은 이미 도시를 버리고 철수한 상태였다. 그뿐 아니라 러시아군은 철수 직후 도시 곳곳에 불을 지르며 모스크바를 불바다로 만들었고, 나폴레옹은 병사들과 함께 폐허가 된 도시에서 몇 주간 머물며 러시아 황제의 항복을 기다렸다. 하지만 항복은 오지 않았고, 장기 주둔에 따른 식량 부족, 병력의 피로, 추위가 겹쳐 프랑스군 내부의 사기는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나폴레옹은 결국 철수를 결정하지만 이미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러시아 겨울과 게릴라전, 유럽 최강군의 몰락

퇴각을 시작한 그랑다르메는 러시아의 겨울과 맞닥뜨리며 전례 없는 재앙에 직면하게 된다. 혹독한 추위, 눈보라, 얼어붙은 강을 건너야 했고, 병사들은 동사하거나 굶주림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러시아군은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고, 우군의 길목을 차단하며 보급선을 무너뜨리고 기습 공격을 반복했다. 나폴레옹은 일부 정예 부대를 남겨 후방을 지키게 하고 선두에서 빠르게 후퇴했지만, 이 과정에서 수만 명의 병사들이 사망하거나 포로가 되었다. 최종적으로 러시아를 빠져나온 프랑스군은 원정 시작 당시의 병력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고, 그마저도 탈진 상태였다. 이 러시아 원정의 실패는 나폴레옹 제국 몰락의 신호탄이 되었고, 이후 유럽 각국은 프랑스에 반기를 들기 시작한다. 1813년 라이프치히 전투와 1814년 파리 함락, 그리고 나폴레옹의 엘바섬 유배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모두 이 러시아에서의 패배에서 비롯된 것이다. 러시아 원정은 단순한 군사 작전이 아니라, 전쟁의 본질이 단순한 전투력의 우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음을 극명히 보여준 사례로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