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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 - 러일전쟁과 동북아 패권의 재편, 제국주의 충돌의 서막

by simplelifehub 2025. 11. 8.

만주와 조선을 둘러싼 제국주의 열강의 충돌

20세기 초 동아시아는 서구 제국주의와 신흥 세력 간의 격돌이 본격화되던 시기였다. 청일전쟁 이후 일본은 조선에 대한 지배력을 확고히 하며 만주 지역으로 그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었고, 러시아 제국 역시 만주와 조선에 군사적·경제적 이해관계를 넓혀가고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러시아는 청나라로부터 요동반도의 여순과 대련을 조차하고 철도를 건설하며 만주의 실질적인 지배권을 확보하고 있었고, 이는 일본에게는 위협으로 작용하였다. 결국 일본은 조선을 완전히 장악하고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하고자 전쟁을 결심하게 되었고, 1904년 2월 8일, 일본은 선전포고도 없이 여순 항구에 정박 중이던 러시아 함대를 기습 공격하면서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이로써 러일전쟁은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두고 벌어진 본격적인 제국주의 간의 무력 충돌로 전개되었다.

육해군 병진 작전과 세계를 놀라게 한 일본의 승리

러일전쟁은 일본과 러시아 모두에게 국가의 존망이 걸린 대전쟁이었다. 일본은 비교적 작은 국력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전시 동원체제를 구축하고, 육군은 만주에서, 해군은 대한해협과 동해에서 러시아군과 격돌하였다. 일본은 뤼순 공방전과 봉천 전투에서 고전했지만 끈질긴 공격과 병참 확보를 통해 마침내 러시아군을 밀어냈고, 특히 1905년 대한해협에서 벌어진 쓰시마 해전에서는 러시아의 발틱 함대를 전멸시키는 대승을 거두었다. 이 승리는 세계 열강을 충격에 빠뜨렸으며, 일본이 근대화된 아시아 국가로서 서구 제국을 군사적으로 꺾은 첫 사례로 기록되었다. 러시아는 내부적으로 혁명과 불만이 격화되던 상황에서 전쟁 수행 능력을 상실하였고, 결국 미국의 중재 아래 포츠머스 조약이 체결되며 전쟁은 일본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국제정세 변화와 조선의 식민화 가속화

러일전쟁은 국제 질서의 축을 바꾼 사건이었다. 일본은 승전국으로서 조선에 대한 지배권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고, 남만주 철도와 요동반도 남부 지역의 조차권을 획득하여 만주에 확고한 교두보를 마련하였다. 이는 이후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으로 이어지는 일본 제국주의의 팽창 경로를 열어주었다. 조선은 러시아라는 견제 세력을 잃고 완전히 일본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되었으며, 전쟁 직후 1905년에는 을사늑약이 강제로 체결되어 외교권을 박탈당하고, 1910년에는 결국 한일병합으로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 한편, 러시아는 패전의 충격으로 1905년 혁명이 발생하면서 제정 체제에 균열이 생겼고, 이는 훗날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이어지게 된다. 러일전쟁은 단지 지역 갈등을 넘어 전 세계의 식민주의 질서와 민족 독립운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건으로 평가되며, 이후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예고하는 국제 질서 재편의 시발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