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단순히 생물학적 실체로 보지 않았다. 그는 인간 안에는 고유의 목적이 내재되어 있으며, 이는 인간 존재 전체를 설명하는 중요한 철학적 출발점이라고 보았다. 모든 사물에는 그것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존재하고, 인간 또한 예외가 아니다. 그의 목적론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은 '행복(eudaimonia)'이며, 이는 단순한 감정이나 쾌락이 아니라 이성에 따른 탁월한 활동을 통해 실현되는 존재의 완성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이러한 개념을 통해 인간의 본성, 삶의 방향, 도덕적 실천, 공동체적 존재 방식 등을 설계하고자 하였다. 본 글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목적론의 철학적 기초를 살펴보고, 인간의 삶과 윤리에 어떤 통찰을 제공하는지 살펴보며, 이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그 사상의 의미를 조명하고자 한다.
모든 존재는 목적을 향해 움직인다는 자연 철학적 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유에서 핵심은 네 가지 인과설이다. 그는 사물을 설명할 때 형상인, 질료인, 작용인과 더불어 '목적인(final cause)'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중에서도 그는 목적 원인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았는데, 이것은 모든 존재가 본래 도달해야 할 지점을 내재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예컨대 씨앗은 자라서 나무가 되려는 목적을 가지며, 그 목적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존재의 의미가 드러난다. 인간 역시 그러하며, 그는 단순히 먹고 자고 생존하는 생물이 아니라, 이성과 판단력을 통해 덕을 실현하고 공동체 속에서 탁월한 삶을 추구하려는 존재이다. 이처럼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 전체를 목적론적으로 바라보았고, 이를 통해 존재의 본질뿐 아니라 존재의 가치까지 해명하고자 했다. 그의 관점은 단순한 생물학적 설명을 넘어 존재론적 깊이를 제공하며,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방향성과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철학적으로 설득력 있게 펼쳐냈다.
인간 존재의 본성과 행복에 대한 정의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의 목적을 설명할 때 사용한 개념이 바로 '행복(eudaimonia)'이다. 그러나 이 행복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감정적 만족이나 일시적인 즐거움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는 인간이 본성을 실현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진정한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았고, 그 본성은 바로 이성과 도덕적 실천이다. 그는 인간이 이성을 활용하여 덕을 실천하고 중용을 지키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갈 때 비로소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보았다. 이때 덕은 단지 윤리적 규칙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자 존재의 형식으로 작용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도덕적 덕과 지적인 덕을 구분했으며, 이 둘을 조화롭게 실현할 때 인간은 탁월한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특히 실천적 지혜(phronesis)의 개념은 일상적인 윤리 판단과 깊이 관련되며, 인간이 단순히 규범을 따르는 존재가 아니라 복잡한 현실 속에서 올바른 선택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존재임을 강조한다. 결국 인간에게 있어 목적이란 외부에서 주어진 명령이 아니라, 내면의 가능성과 이성을 통해 실현해가는 자기 완성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목적론의 현대적 적용 가능성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은 고대의 철학이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현대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며 인간의 가치와 목적이 흔들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의 철학은 인간이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교육에서는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고유한 목적성과 가능성을 실현하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그의 목적론은 교육철학의 기초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윤리적 혼란 속에서 인간의 자기 성찰과 도덕적 덕을 실현하는 삶을 강조함으로써, 개인의 삶뿐 아니라 조직과 사회 전체의 방향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환경윤리, 지속가능성, 사회적 책임 등의 문제에서도 인간이 어떤 목적을 지닌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성찰은 여전히 절실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서 존재하면서도 이성을 통해 자신을 초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임을 역설했고, 이 관점은 기술 중심적이고 목적 상실적 경향이 강한 현대에 더욱 의미 있는 철학적 자극이 된다. 결국 그의 목적론은 단지 철학 이론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위한 실천적 지침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