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된 전국시대를 끝내고 통일 국가를 실현한 정치적 결단
중국 역사상 최초의 통일 제국인 진나라는 진시황의 주도 아래 전국시대의 혼란을 종식하고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동아시아 정치사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기원전 221년, 진은 마지막 경쟁국인 제나라를 병합하며 7국 분열 체제를 종결짓고 중국 대륙 대부분을 하나의 통일 권력 아래 두는 데 성공하였다. 진시황은 이후 황제라는 칭호를 사용하면서 기존의 왕조 체계와는 다른, 절대적인 권위를 상징하는 지위를 선포하였다. 이와 함께 그는 봉건제를 폐지하고 군현제를 도입함으로써 지방 세력의 자율성을 철저히 제한하고 중앙 정부가 전국을 직접 통제하는 구조를 확립하였다. 이는 중국 고대 사회에서 전례 없는 권력 집중을 실현한 것으로, 진시황의 통일이 단지 군사적 승리에 그치지 않고 제도적·사상적 측면에서도 혁신을 동반했음을 보여준다.
법가 사상에 입각한 통치 체제는 강력하지만 유연성이 부족했다
진시황이 통일 이후 채택한 통치 철학은 법가 사상이었다. 상앙의 개혁을 계승한 법가적 원칙은 모든 백성을 법 앞에 평등하게 두고, 명확한 상벌 규정을 통해 질서를 유지하려는 것이었다. 이러한 법가는 당시 혼란한 사회를 안정시키는 데 일정 부분 효과적이었고, 부국강병의 논리에 따라 농업과 군사력 증강을 핵심 국정 과제로 삼았다. 동시에 엄격한 통제와 감시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결과를 낳았으며, 표현의 자유나 지역 공동체의 자율성은 거의 인정되지 않았다. 특히 분서갱유 같은 사건은 진시황의 사상 통제가 얼마나 극단적이었는지를 보여주며, 유학자 및 사상가 집단과의 갈등을 심화시켰다. 법가 중심의 국가 운영은 짧은 시간 내에 국가 역량을 집중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백성과 관료 집단의 반발을 누적시켜 결국 단명한 진 제국의 붕괴 원인으로 지적된다.
진시황의 유산은 통일 제국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평가받는다
비록 진나라는 기원전 206년, 시황제 사후 얼마 지나지 않아 멸망하게 되었지만, 진시황이 만들어낸 통일 국가의 기본 구조는 후대 왕조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군현제는 이후 한나라에서도 계승되어 전국을 행정적으로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데 활용되었고, 표준화된 문자, 도량형, 화폐, 차축의 폭 등은 중국 대륙의 문화적 통일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였다. 또한 만리장성의 축조는 북방 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한 방어 시설로서 군사적 의미도 있었지만, 동시에 중앙 정부의 통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건축물이기도 했다. 진시황은 강력한 왕권 아래 백성과 토지를 하나의 체제로 묶으려 했으며, 그 시도는 비록 거칠고 폭압적인 측면이 있었으나, 통일 제국이라는 이상을 실현하려는 역사적 의지로 평가된다. 그의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반발을 불러왔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문명권을 하나의 틀 안에서 운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