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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자기기만 - 스피노자의 자유 개념 해석

by simplelifehub 2025. 9. 25.

스피노자는 인간의 자유를 단순히 외부의 강제로부터 벗어난 상태로 보지 않는다. 그에게 자유란, 자기 자신의 본성과 이성을 통해 인식되고 주도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는 곧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사물의 필연성을 이해함으로써 생겨나는 내면의 평온함과 자율성에 가까운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채 외적 원인에 의해 움직이며, 그 과정을 자각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인간은 자유롭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필연의 법칙 아래서 움직이는 존재일 뿐이라는 점에서, 스피노자는 ‘자기기만’이라는 개념을 끌어들인다. 본 글에서는 스피노자의 철학에서 핵심 개념으로 작용하는 욕망과 자기기만, 그리고 그로부터 벗어나 참된 자유에 도달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본다.

자기기만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상태다

스피노자 철학에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욕망하는 존재(conatus)’이다. 그는 인간의 모든 행위를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고 강화하려는 욕망의 표현으로 보았다. 하지만 이러한 욕망은 종종 외부의 영향을 받고 감정에 휘둘리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예를 들어, 우리는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사랑할 때 그 이유를 외부에서 찾지만, 스피노자는 그것이 오히려 우리 내면의 욕망이 외부 원인을 빌려 해석된 결과라고 본다. 이러한 상태를 그는 ‘자기기만’이라 불렀고, 인간은 자신이 자유롭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외부 요인에 반응하며 정념(passio)에 휘둘리는 존재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이런 인식은 인간의 오만한 자유 개념을 해체하고, 보다 겸허한 자기 성찰을 유도한다.

진정한 자유는 이성에 의한 자기 통제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인간은 자기기만을 넘어서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스피노자는 그 해답을 ‘이성(ratio)’에서 찾는다. 이성은 인간이 갖는 고유한 능력으로, 욕망과 감정을 인식하고 그것들의 원인을 이해하게 만든다. 스피노자에 따르면, 우리가 감정의 원인을 명확히 이해하고 그것이 자연의 필연적 법칙에 따른 결과임을 깨달을 때, 우리는 더 이상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예컨대 분노나 질투 같은 감정도 그것의 발생 원인을 알고 나면, 그것이 나의 자율적 판단이 아닌 외적 인과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순간, 인간은 정념에서 행위로 전환되는 지점에 도달하며, 자기 자신의 삶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 스피노자는 이를 통해 인간이 ‘필연을 자유롭게 이해할 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고 말한다. 이성은 단순한 사변이 아니라, 인간을 자유로 이끄는 실천적 힘인 셈이다.

지속적 자기 인식의 실천이 자유의 조건이다

스피노자의 철학은 단지 개념적으로 자유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인간이 자유에 도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감정의 움직임을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일종의 영적 수련에 가까운 것이며, 윤리학(Ethica) 전체가 그 실천적 철학을 담고 있다. 특히 그는 ‘신을 사랑하는 지적 사랑’이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이 이성적 이해를 통해 우주의 필연성과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지향한다. 이 상태에 이르면 인간은 더 이상 외부 요인에 의한 고통이나 혼란에 흔들리지 않으며, 내면의 평온을 얻게 된다. 이는 결코 감정이 제거된 차가운 상태가 아니라, 감정을 이성으로 조율함으로써 더욱 풍부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의미한다. 스피노자의 자유는 도달해야 할 도덕적 이상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방식의 전환이며, 그것은 오직 끊임없는 인식과 성찰을 통해 가능하다. 결국 그는 인간의 자유를 ‘이해의 기쁨’에서 찾았고, 이는 감정적 동요가 아닌 존재론적 평온함의 상태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