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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 - 존재 망각을 넘어 본래성을 회복하다

by simplelifehub 2025. 8. 1.

마르틴 하이데거는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20세기 철학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그는 서양 철학이 플라톤 이래로 ‘존재자’에만 집중해온 나머지 ‘존재’ 자체에 대한 물음을 등한시했다고 보았고, 이를 “존재 망각(Seinsvergessenheit)”이라고 불렀다.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철학이 다시 존재 그 자체를 물어야 하며, 그 출발점은 인간 존재의 방식에 대한 분석, 즉 ‘현존재(Dasein)’의 이해라고 보았다. 현존재란 단순한 인간이라는 생물학적 존재가 아니라, 세계-내-존재로서 자신의 존재를 문제 삼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를 말한다. 그는 인간이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깨달을 때 비로소 본래적인 존재 방식으로 이행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이를 통해 하이데거는 철학이 단지 사물의 이치를 설명하는 작업이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진정성 있게 살아갈 수 있을지를 묻는 실존적 사유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존재 망각은 철학의 근본 문제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서양 철학은 존재를 ‘있는 것’ 혹은 ‘객관적 실체’로 간주하며, 존재 자체가 아니라 존재자를 파악하는 데만 치중해 왔다. 이는 플라톤의 이데아론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상 개념에서 시작되어, 데카르트의 주체 철학과 근대 자연과학으로 이어지는 사유 방식 속에서 지속되었다. 하이데거는 이러한 흐름이 존재를 단순한 대상으로 환원시키는 ‘존재 망각’의 결과라고 본다. 존재는 더 이상 질문되지 않으며, 오직 ‘무엇이 존재하는가’만이 관심사가 된 것이다. 그는 철학이 존재의 의미를 다시 묻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해서는 존재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체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존재는 개념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세계 속에 살고, 사물과 관계 맺으며, 자신의 죽음을 자각할 때 비로소 드러나는 근원적 체험이다. 하이데거는 이러한 존재의 체험을 통해 인간이 기술적 대상화에서 벗어나, 세계와 보다 본래적이고 시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보았다.

현존재는 존재를 물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하이데거는 인간을 ‘현존재(Dasein)’라고 부르며, 이것이 철학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존재는 단순히 살아 있는 생물학적 개체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고, 존재를 문제 삼을 수 있는 존재를 의미한다. 인간은 세계 안에 던져진 존재로서, 항상 이미 어떤 상황 속에 놓여 있으며, 그 안에서 사물과 관계를 맺고 의미를 부여한다. 하이데거는 이를 ‘세계-내-존재’라 표현하며, 인간은 사물과 분리된 주체가 아니라, 항상 세계 속에 얽혀 있는 존재라고 보았다. 더불어 인간은 자기 삶의 가능성을 선택하고 실현해야 하는 존재로서, 자신의 죽음을 유일무이한 가능성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본래적인 존재 방식에 도달할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존재 방식이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삶’이며, 타인과 사회적 관습에 휩쓸리는 ‘비본래적 존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라고 본다. 하이데거에게 현존재의 분석은 단순한 인간론이 아니라, 존재 자체의 의미에 접근하는 길이다.

죽음의 자각은 본래성을 향한 문이다

하이데거 철학의 핵심 중 하나는 죽음에 대한 존재론적 사유이다. 그는 죽음을 단지 생물학적 종말로 보지 않고, 인간이 자신의 삶을 전면적으로 자각할 수 있는 계기로 본다. 현존재는 죽음이라는 궁극적 가능성을 항상 자신의 앞에 두고 있으며, 이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할 때 진정한 자기 자신에게 도달할 수 있다. 그는 이러한 태도를 ‘본래성’이라 부르고, 타인의 기대와 사회적 규범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리는 상태를 ‘비본래성’이라 한다. 죽음의 자각은 현존재로 하여금 유한한 시간을 인식하게 하며, 그로 인해 삶의 매 순간이 고유한 의미를 갖게 된다. 하이데거는 이러한 본래적인 존재 방식을 통해 인간이 보다 진정한 삶, 즉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성공이 아닌, 자신의 실존에 충실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보았다. 죽음은 삶의 반대가 아니라, 삶을 가장 진실하게 비추는 거울이며, 인간 존재가 시간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묻는 존재론적 근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