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단순히 생각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하고, 행동하며, 그 결과에 책임을 진다. 철학은 이러한 인간의 실천적 측면을 깊이 있게 다루며, 행위와 도덕, 자유와 책임, 목적과 수단 사이의 긴장을 분석해왔다. 왜 우리는 어떤 행동을 ‘옳다’고 판단하는가? 자유의지란 실제로 존재하는가? 내가 선택한 행동이 나라는 존재를 정의하는 것일까? 이런 질문은 단지 윤리학의 범주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간 존재 전체를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선택의 무게와 그에 따른 책임의 문제는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인간의 행위가 갖는 철학적 의미와 그 복잡한 구조를 살펴보고자 한다.
자유의지는 환상일까, 실재일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은 자유의지의 기초다. 그러나 철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 자유의 실체를 의심해왔다. 데카르트는 인간이 신에게서 부여받은 자유의지를 갖고 있다고 보았지만, 스피노자는 모든 것은 원인에 따라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현대에 이르러 뇌과학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결정을 내리기 전에 뇌가 이미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자유의지를 위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여전히 ‘내가 선택했다’는 경험을 가진다. 이는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인간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감각이다. 자유의지는 실체의 유무보다, 그 감각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를 통해 이해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자유의지는 실존적 구조이며, 인간의 도덕적 책임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반이다.
의도성과 결과 사이의 철학적 간극
어떤 행동이 도덕적으로 옳은가를 판단할 때 우리는 종종 그 행동의 ‘의도’를 중요시한다. 칸트는 오직 선의지에서 비롯된 행위만이 도덕적이라고 보았으며, 결과에 상관없이 올바른 원칙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리주의는 결과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한 행동이 최대 다수에게 최대의 행복을 가져다준다면 그 자체로 도덕적이다. 이처럼 의도 중심의 윤리와 결과 중심의 윤리는 행동의 평가 기준을 달리 설정한다. 현실에서 우리는 이 두 틀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어떤 때는 좋은 의도로 했지만 나쁜 결과를 낳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이기적인 동기에서 출발했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인간 행위의 복잡성은 윤리적 판단의 단순화를 거부하며, 끊임없이 상황을 고려하고 성찰할 것을 요구한다. 바로 여기에 철학의 역할이 있다.
책임의 주체로서 인간 - 실존주의의 통찰
실존주의는 인간을 ‘자신의 선택에 의해 정의되는 존재’로 본다. 장 폴 사르트르는 “인간은 자유롭도록 선고받은 존재”라고 말했는데, 이는 자유가 축복이기보다는 형벌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는 선택하지 않을 자유조차 없이, 항상 선택해야 하며 그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나의 행위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에게 보여주는 ‘모범’이 되기 때문이다. 실존주의는 이처럼 인간의 행위를 도덕적, 존재론적 차원에서 동시에 이해하려 한다. 우리는 단지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행위하는가에 따라 우리 자신을 창조해간다. 이 책임감은 때때로 무겁지만, 동시에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자유와 책임, 선택과 정체성은 서로 얽혀 있으며, 이를 이해하는 일은 우리 삶을 보다 깊이 있게 바라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