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베르 시몽 동은 20세기 프랑스 철학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사상가로, 특히 기술철학과 존재론, 생물학, 심리학, 사회학을 아우르는 복합적 개념인 ‘개인화(individuation)’ 이론으로 주목받는다. 그는 전통 철학에서 주체를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로 전제한 것에 반해, 인간 주체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형성되는 과정임을 강조하였다. 시몽 동은 ‘개체화(individuation)’라는 개념을 통해 생물학적 수준에서부터 심리적, 사회적, 집단적 수준에 이르기까지 주체의 형성이 다층적이고 역동적인 방식으로 일어난다고 설명하였다. 특히 그는 기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 개인화 과정의 일부로 이해했으며, 인간과 기계,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 속에서 주체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존재 양식을 갱신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사유는 들뢰즈, 스티글러, 베르나르 스티글레르 등 이후 철학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철학이 인간, 기술, 사회를 통합적으로 사유해야 함을 일깨워주는 기틀이 되었다.
개인화는 정적인 상태가 아닌 생성의 과정이다
시몽 동에게 있어 인간 존재는 단일하고 고정된 실체가 아니다. 그는 주체란 항상 불완전하고 불균형한 상태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조건에 적응하고 재형성되는 존재로 보았다. 이는 전통 형이상학에서 전제된 실체적 자아와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시몽 동은 ‘개인(individu)’이 아닌 ‘개인화(individuation)’라는 용어에 철학의 중심을 둔다. 그는 형성되기 이전의 잠재성과 긴장 속에서 주체가 점차적으로 구성된다고 보았으며, 이 과정은 외부 환경, 생물학적 조건, 사회적 맥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진다. 개인은 단지 환경에 의해 형성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새롭게 구성하는 주체이다. 이러한 관점은 인간 존재를 변화 가능한 역동적 시스템으로 바라보게 만들며, 정체성과 자아를 본질로서가 아니라 생성의 흐름으로 이해하게 한다. 시몽 동은 이처럼 개인화 과정을 시간 속에서의 형성과 적응의 연속으로 파악하며, 인간은 본질적으로 ‘되는 존재’라고 강조하였다.
기술은 인간 개인화의 외적 조건이자 내적 구조다
시몽 동은 기술을 단지 인간의 수단이나 외적 도구로 보지 않았다. 그는 기술이 인간의 개인화 과정에 직접 관여하는 요소이며, 기술과 인간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상호구성적 관계에 있다고 보았다. 기술은 인간의 활동 조건을 변화시키며, 인간은 이를 수용하고 재구성하면서 자신의 존재 방식을 갱신한다. 예를 들어 산업 기술은 노동과 지식의 구조를 바꾸며, 이에 따라 인간의 정체성과 사회적 역할 또한 변화한다. 시몽 동은 기술을 ‘형태(forme)’로서 이해하며, 기술적 객체는 단지 기능적 장치가 아니라 인간의 실존적 조건을 구성하는 구조물로 간주하였다. 그는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확장할 뿐 아니라, 인간의 지각, 감정, 행동 방식에 영향을 미치며, 나아가 인간 공동체의 조직과 가치 구조까지 변화시킨다고 보았다. 따라서 기술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며, 기술철학은 인간 존재론과 분리될 수 없다. 시몽 동의 사유는 오늘날 인공지능, 사이버네틱스, 디지털 기술의 시대에 인간 주체를 어떻게 사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철학적 단초를 제공한다.
개체화와 집단화는 함께 이루어지는 동시적 운동이다
시몽 동의 개인화 이론에서 핵심은 개체화(individuation)와 집단화(collectivization)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얽혀 있으며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이다. 그는 개인이 형성되는 과정은 결코 고립적인 것이 아니며, 항상 집단 속에서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개인은 사회적 환경과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며, 집단은 또 다시 개인들의 관계성과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다. 이때 집단은 단순히 개인의 집합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와 구조를 생성하는 주체적 단위가 된다. 시몽 동은 이를 통해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사유를 전개하며, 인간 존재를 사회적이고 관계적인 존재로 재정립하였다. 그는 특히 교육, 정치, 기술 시스템이 이 개체화–집단화의 상호작용을 통해 구성된다고 보았으며,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통합이 어떻게 균형을 이룰 수 있는지를 모색하였다. 시몽 동의 이론은 자율성과 타자성과의 긴장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오늘날 인간과 사회, 기술의 복잡한 관계를 사유하는 데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