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베르그송은 20세기 초 프랑스 철학을 대표하는 인물로, 기계적 사고방식과 논리 중심의 철학을 넘어서 삶의 직접적 경험과 흐름을 강조한 사유로 주목받았다. 그는 특히 시간에 대한 고찰을 통해 기존 철학의 틀을 흔들었고, 과학적 시간과는 구별되는 '지속(durée)'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인간의 의식과 삶의 본질을 새롭게 조명하였다. 베르그송은 삶을 단순히 분석 가능한 대상으로 보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고 창조되는 실재로 보았으며, 이러한 실재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이성적 분석이 아닌 ‘직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철학은 예술, 종교, 생명에 대한 깊은 통찰과 더불어, 근대 철학이 간과해온 인간 내부의 생생한 경험을 중심에 놓고자 하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오늘날에도 베르그송의 사유는 기술 중심 사회에서 인간 본연의 감각과 흐름을 회복하려는 시도들과 맞닿아 있으며, 예술과 인문학, 심리학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직관은 삶의 본질에 접근하는 철학적 감각이다
베르그송은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보았다. 하나는 분석적인 이성이며, 다른 하나는 대상 자체를 직관적으로 꿰뚫는 감각이다. 그는 전통 철학과 과학이 지나치게 전자를 의존해왔다고 비판하면서, 진정한 현실은 논리적 구조 안에 갇힐 수 없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의 흐름 속에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는 정적인 개념으로 포착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은 그것을 '직관'이라는 능력을 통해서만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다. 직관이란 단순한 감정이나 감각이 아니라, 삶의 리듬과 유기적 흐름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려는 심층적 통찰이다. 베르그송에게 직관은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라, 이성보다 더 깊은 차원에서 작동하는 인식의 방법이며, 인간이 자신의 내면과 세계를 진정으로 만나는 방식이었다. 그의 이러한 입장은 예술이나 종교적 체험, 또는 몰입의 순간과 같은 실제 인간 경험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지속은 정지된 시간이 아닌 살아 있는 시간이다
베르그송이 도입한 '지속'의 개념은 철학사에서 시간에 대한 이해를 혁신한 대표적 개념 중 하나이다. 그는 물리학이나 일상적 시간 개념처럼 균등하고 측정 가능한 시간이 아니라, 인간의 의식 속에서 경험되는 주관적이고 질적인 시간을 중요시했다. 이러한 지속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끊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스며들고 중첩되며 연속되는 시간이다. 인간의 기억과 감정, 욕망은 모두 이 지속 안에서 움직이며, 그것은 시계로 재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베르그송은 지속을 통해 인간이 단순한 기계처럼 작동하는 존재가 아니라, 창조성과 내적 리듬을 지닌 살아 있는 존재임을 강조했다. 이 개념은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논의, 창조적 진화 이론, 심리학적 시간 개념에까지 영향을 주었고, 철학을 삶과 밀착시켜 재구성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베르그송의 철학은 예술과 인간성 회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
베르그송은 철학을 단지 논리적 구조물로 이해하지 않았다. 그는 철학이 예술처럼 인간의 내면과 세계를 깊이 있게 체험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의 철학이 미학과 문학, 영화, 심지어 현대 신경과학에도 영향을 미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직관과 지속을 통해 인간 존재의 고유성을 복원하고자 했으며, 이로써 인간을 효율과 기능으로만 평가하는 근대적 시선에 도전하였다. 오늘날 우리는 기술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삶의 리듬을 잃고, 감각과 관계의 밀도를 상실해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베르그송의 사상은 인간다움의 회복을 위한 지적 자극이 된다. 특히 예술은 그의 철학과 가장 닮아 있는 영역으로, 논리가 포착하지 못하는 세계를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지속 속의 감정을 살아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베르그송은 철학을 통해 인간이 세계와 다시 연결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으며, 이 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