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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베르그손의 시간과 창조 - 직관으로 본 생명의 흐름

by simplelifehub 2025. 8. 26.

앙리 베르그손은 시간과 의식, 창조성이라는 개념을 철학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20세기 초 프랑스 철학의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물리적 시간과 구분되는 '지속(durée)'이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서 경험되는 시간의 본질을 탐구하였다. 그의 철학은 논리적 분석보다는 직관을 중시하며, 생명의 창조성과 변화 가능성을 강조한다. 베르그손은 특히 생명이 기계론이나 목적론으로 환원될 수 없는 창조적 진화의 산물이라 보고, 이를 통해 인간 존재의 자유와 독창성을 설명하고자 했다. 그의 사상은 현대 철학은 물론 예술, 심리학, 생명과학의 영역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물리적 시간과 내면의 시간은 다르다

베르그손 철학의 핵심은 시간 개념에 대한 독창적인 통찰에 있다. 그는 우리가 시계로 측정하는 시간은 공간화된 시간으로, 물리적 세계를 설명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인간의 내면적 경험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본다. 인간은 기억과 의식을 통해 지속적으로 흐르는 시간 속에 존재하며, 이 시간은 질적으로 다양한 감정과 생각의 층위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이를 '지속(durée)'이라 불렀고, 이 지속의 시간은 물리적 시간처럼 균등하게 나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우리가 사랑, 슬픔, 기대, 몰입을 경험할 때 시간은 더디거나 빠르게 느껴지며, 이는 외적 시간과 무관하게 작동하는 주관적 시간의 증거이다. 따라서 베르그손은 인간의 진정한 삶은 이 지속의 시간 속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철학도 수학적 시간 개념이 아닌 직관을 통해 이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관은 지성을 넘어서는 인식 방식이다

베르그손은 기존 철학이 지나치게 이성적, 분석적 방식에 의존해 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성이란 본질적으로 고정된 개념으로 사물을 파악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유동적이고 변화하는 삶의 흐름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다고 보았다. 대신 그는 ‘직관’을 통해 사물의 본질에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말하는 직관은 단순한 감정이나 느낌이 아니라, 의식의 깊은 흐름을 직접적으로 체험하고 파악하는 능력이다. 직관은 대상과의 거리를 없애고, 그 안으로 들어가 ‘되어 가는 것’을 함께 체험하도록 만든다. 이를 통해 베르그손은 우리가 삶, 생명, 시간과 같은 본질적 개념을 이해하려면 분석이 아닌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직관은 변화 속에서 전체를 통으로 파악하며, 현실을 고정된 틀로 환원하지 않기 때문에 진정한 철학적 통찰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 보았다.

생명은 창조이며 진화는 자유이다

베르그손은 『창조적 진화(L’évolution créatrice)』에서 생명은 단순한 기계적 법칙이나 목적 지향적 계획에 의해 설명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명은 끊임없이 새로운 가능성을 생성하는 창조적 힘이며, ‘엘랑 비탈(élan vital, 생명의 도약)’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를 설명했다. 이 힘은 우주의 모든 생명체 안에 깃들어 있으며, 단순 반복이 아니라 새로운 형식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진화란 주어진 환경에 단순히 적응하는 과정이 아니라, 생명 자체가 내면에서부터 새로운 방향을 찾아 나아가는 창조적 운동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인간 존재의 자유와 독창성에 대한 베르그손의 철학과도 연결된다. 인간은 과거에 의해 결정되지 않으며, 미래는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새롭게 열릴 수 있는 가능성의 장이다. 철학은 이 가능성을 인식하고, 인간이 삶 속에서 창조적 주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