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푸코는 후기 사유에서 인간이 자신을 만들어가는 윤리적 실천, 즉 ‘자기 배려(care of the self)’의 개념을 중심으로 새로운 철학적 길을 열었다. 이 글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적 전통을 복원하면서, 오늘날의 윤리와 주체 형성에 미치는 푸코 사상의 의의를 살펴본다.
자기 배려는 인간 형성의 핵심이다
푸코는 후기 저작들에서 권력과 담론을 비판하는 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주체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탐구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특히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철학 전통에서 중요한 통찰을 얻는데, 그 중심에는 ‘자기 배려(epimeleia heautou)’라는 개념이 있었다. 이 개념은 단순한 자기 관리나 자기 개발을 넘어서, 존재 전체를 가꾸고 성찰하며 윤리적으로 자기 자신을 형성해나가는 일종의 실천이었다. 푸코에 따르면 이 ‘자기 배려’는 고대 사회에서 철학의 본질이었으며, 시민으로서의 자격이나 공공성을 지닌 존재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 다시 말해, 타자와 관계 맺기 이전에 스스로를 성찰하고 조율하는 삶의 기술이 바로 철학적 실천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 사회가 ‘알아야 한다’는 명령에는 충실하지만, ‘자기를 돌보라’는 고대의 목소리는 점점 잊혀져 간다고 진단한다. 자기 배려는 곧 인간다움의 회복이며, 존재의 미학적 실천이다.
윤리란 규범이 아닌 스타일의 문제다
푸코는 도덕을 외부로부터 주어진 규범으로만 이해하지 않았다. 그는 윤리를 주체가 자신을 어떻게 형성하고, 어떤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느냐의 문제로 바라봤다. 이는 단순히 규칙을 따르거나 금기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다듬는 예술적 행위였다. 그는 이를 ‘삶의 미학(aesthetics of existence)’이라고 불렀으며, 인간은 스스로를 통해 자신만의 존재 양식을 조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여기서 윤리란 자신을 구성하는 ‘양식’에 관한 선택의 문제이며, 삶을 꾸미는 창조적 기획이 된다. 푸코는 이 관점을 통해 외부의 도덕 명령이나 제도적 감시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를 성찰하고 배려하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특히 그는 ‘자기 고백’이나 ‘일기쓰기’와 같은 실천들을 주체 형성의 기술로서 조명했으며, 이러한 실천을 통해 인간은 내면화된 권력에 저항하며 자신만의 윤리를 구축할 수 있다고 보았다.
자유란 자기 배려를 통한 주체화의 실천이다
푸코가 말하는 자유는 단순히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라, 자신을 형성할 수 있는 능동적 실천으로서의 자유다. 그는 권력은 항상 존재하며,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인간은 스스로를 형성하는 방식, 즉 어떤 주체가 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다. 이는 곧 자유가 권력과 무관한 상태가 아니라, 권력 관계 속에서도 가능한 ‘주체화(subjectivation)’의 실천이라는 의미다. 자기 배려는 바로 이러한 주체화의 핵심 도구로 작용하며, 인간이 타율적인 사회 규범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고 구성할 수 있는 윤리적 자율성을 회복하게 만든다. 푸코는 이를 단지 개인적인 수양이 아니라, 정치적 행위로까지 확장한다. 자기 배려는 기존의 권력 메커니즘에 순응하지 않고, 새로운 존재 양식을 실험하는 행위이자, 사회를 구성하는 새로운 윤리적 지평을 여는 출발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푸코의 철학은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돌보고 가꾸며, 그 과정을 통해 사회와 세계를 변화시키는 실천적 사유의 힘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