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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그리고 생성의 철학

by simplelifehub 2025. 7. 30.

질 들뢰즈는 20세기 프랑스 철학을 대표하는 급진적 사상가로, 전통 철학이 동일성과 정체성을 중심으로 세계를 이해해 온 방식에 근본적인 이의를 제기하였다. 그는 존재를 어떤 본질적 실체나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하고 차이를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이해하였으며, 이러한 시각을 통해 철학의 임무를 사유의 반복이 아닌 새로운 개념의 창조로 전환시켰다. 그의 대표 저서인 『차이와 반복』에서 들뢰즈는 칸트, 헤겔, 하이데거 등 서양 철학의 중심 사상가들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그들이 간과한 차이의 긍정적 의미를 철학의 중심에 세운다. 그는 동일한 것의 반복이 아닌 차이 그 자체의 반복, 즉 ‘차이의 반복’을 통해 존재는 새로움을 낳는다고 보았다. 이러한 사유는 단지 형이상학적 주장에 그치지 않고, 문학, 예술, 정치, 생물학 등 다양한 영역에 철학을 확장시키며, 사유의 방법 자체를 전복시키는 급진적 프로젝트였다.

차이란 비교의 결과가 아닌 존재의 긍정적 힘이다

들뢰즈 철학의 핵심은 차이를 단순히 두 사물 간의 상대적 구분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힘으로 보는 데 있다. 전통 철학은 보통 ‘같은 것’에서 출발하여 그 변형으로 차이를 이해해왔지만, 들뢰즈는 오히려 차이야말로 존재의 본질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차이를 단순한 ‘결핍’이나 ‘변형’이 아니라, 생성의 조건으로 본다. 즉, 차이는 정체성의 파괴가 아니라 새로운 정체성의 탄생이며, 끊임없이 움직이고 흘러가는 힘 그 자체이다. 이러한 관점은 고정된 정체성을 해체하고, 변화와 다양성을 중심으로 세계를 이해하게 한다. 들뢰즈는 이를 위해 ‘차이의 반복’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는데, 이는 단순한 반복이 아닌, 매번 새롭게 구성되는 반복을 의미한다. 그는 이러한 반복이야말로 삶의 리듬이며, 예술과 창조의 원리라고 본다. 차이는 단지 기존 질서의 파열이 아니라, 전혀 다른 가능성의 출현이며, 철학은 바로 이러한 차이를 긍정하고 사유하는 작업이라고 그는 말한다.

생성은 고정된 실체가 아닌 흐름과 사건으로서 존재한다

들뢰즈의 철학은 ‘존재’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를 해체하면서, 존재를 ‘생성(becoming)’으로 재규정한다. 그는 존재를 어떤 고정된 실체나 본질로 보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고 움직이며, 차이를 통해 스스로를 갱신해나가는 흐름으로 파악한다. 생성은 단지 변화의 결과가 아니라, 변화 그 자체의 운동이며, 들뢰즈는 이를 ‘되기(becoming)’라는 개념으로 표현한다. 예컨대 ‘여성이 되기’, ‘동물이 되기’, ‘분자가 되기’와 같은 표현은 어떤 실체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가 자신의 경계를 흐리며 새로운 관계를 맺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이분법적 구분, 정체성 중심적 사유를 해체하고, 존재의 다층성과 유동성을 드러내는 개념이다. 들뢰즈는 또한 ‘사건(event)’의 개념을 통해 존재를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접속과 분리, 운동의 전개로 본다. 존재란 사건이며, 생성은 그 자체로 의미와 형식, 에너지의 출현이다. 이러한 사유는 정치적 해방, 예술적 창조, 생명의 다양성 등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철학적 기반을 제공한다.

철학은 개념을 창조하는 작업이며, 사유는 언제나 탈영토화된다

들뢰즈는 철학을 단순히 진리를 찾거나 정의를 내리는 작업이 아니라, 새로운 개념을 발명하는 창조적 활동으로 정의한다. 그는 펠릭스 가타리와 함께 쓴 『철학이란 무엇인가』에서 철학은 언제나 ‘개념의 창조’이며, 이는 기존 체계의 재현이 아니라, 현실과 세계의 새로운 배치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한 ‘탈영토화(deterritorialization)’라는 개념을 통해, 사유가 항상 기존의 질서와 영역을 벗어나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는 운동임을 강조한다. 탈영토화는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개념적, 정서적, 정치적 질서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이며, 이는 곧 사유의 해방이자 창조의 조건이다. 들뢰즈에게 철학은 절대적으로 실천적인 작업이며, 정체된 질서를 흔들고 새로운 흐름을 생성하는 힘이다. 그는 이를 위해 문학, 예술, 영화, 수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와 철학을 접속시키며, 전통 철학의 폐쇄성과 학문적 독점을 넘어서는 ‘열린 사유’를 실천한다. 그의 철학은 어렵고 파편적이지만, 그만큼 자유롭고 역동적이며,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사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