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 진리에 대한 비판
로티는 서양 철학이 오랫동안 진리를 변하지 않는 보편적 실체로 간주해온 전통을 비판했다. 그는 진리가 객관적으로 존재한다는 믿음이 오히려 철학을 경직시키고, 현실과 동떨어진 사변적 논쟁으로 몰아넣었다고 보았다. 진리를 ‘발견’해야 할 무언가로 여기는 태도 대신, 그는 진리를 인간 공동체의 언어와 실천 속에서 ‘만들어가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진리는 사물의 본질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과 대화의 과정에서 형성되는 상대적이고 유동적인 개념이라는 것이다.
언어와 대화의 철학
로티의 철학에서 언어는 단순한 사실 전달의 도구가 아니라, 진리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행위의 핵심이다. 그는 언어가 세계를 정확히 묘사하는 ‘거울’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철학의 과제는 더 나은 언어, 더 나은 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며, 이를 통해 사회적 합의와 진리의 재구성이 가능해진다. 로티는 이러한 관점을 통해 철학이 과학적 객관성을 모방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민주주의적 담론 속에서 적극적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보았다.
현대 사회에 주는 함의
로티의 실용주의 철학은 오늘날 다양한 분야에 깊은 시사점을 남긴다. 과학은 절대적 진리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합의된 가장 효과적인 설명 체계라는 점에서 그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정치에서는 진리를 강제하거나 독점하려는 태도보다, 끊임없는 대화와 합의를 중시하는 민주주의적 태도가 강조된다. 또한 교육에서도 지식은 단순히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대화 속에서 활용 가능한 능력으로 길러져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로티는 철학을 삶과 사회 속에서 살아 있는 대화의 장으로 되돌려놓았으며, 이는 철학이 현실에 기여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그의 사유는 진리를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자유로운 인간 공동체가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이해하게 만들며, 철학의 역할을 보다 열린 시선으로 재구성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