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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로티의 실용주의 철학과 진리 개념의 재구성

by simplelifehub 2025. 8. 23.

보편적 진리에 대한 비판

로티는 서양 철학 전통이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데카르트, 칸트에 이르기까지 줄곧 보편적이고 변치 않는 진리를 탐구해온 과정을 근본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철학적 시도가 인간 경험의 다양성과 역사성을 무시한 채, 추상적 기준에 집착한 결과라고 보았다. 진리를 초월적 실체로 상정할 때, 철학은 현실과 괴리된 학문이 될 위험이 있다. 로티는 이에 맞서 진리를 더 이상 발견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인간 공동체의 대화와 실천 속에서 형성되는 개념으로 재해석했다. 즉 진리는 절대적 근거가 아니라 유용성과 합의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언어와 담론의 역할

로티 철학의 또 다른 핵심은 언어에 대한 이해이다. 그는 언어를 단순한 사실 전달의 수단으로 보지 않고, 세계를 구성하는 틀로 파악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이미 특정한 문화적 관점과 전제를 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세계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따라서 진리 역시 언어적 담론 속에서 구성되며, 객관적 사실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특정한 담론 공동체에서 승인된 결과일 뿐이다. 이는 과학적 지식이나 철학적 이론도 절대적 권위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맥락에 따라 언제든 수정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로티는 이러한 관점을 통해 철학을 본질 규명의 학문이 아니라 담론적 실천으로 이해했다.

실용주의와 민주주의적 이상

로티의 철학은 실용주의 전통과 맞닿아 있으며, 특히 민주주의적 사회에서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그는 진리를 절대적 토대 위에 세우려는 시도를 거부하고, 대신 다양한 의견과 담론이 자유롭게 교류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합의와 해결책이 도출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입장은 민주주의 사회가 지식의 다양성과 대화를 통해 발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철학은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이는 더 공정하고 열린 사회를 구축하는 데 기여한다. 로티에게 철학은 궁극적 진리를 발견하는 작업이 아니라,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대화를 촉진하는 지적 실천이었다. 결국 그의 사상은 철학이 학문적 고립을 넘어, 사회적·정치적 실천과 긴밀히 연결되어야 한다는 요청으로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