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인간은 본래 선한가 — 순자와 맹자의 성선설·성악설 논쟁

by simplelifehub 2025. 8. 21.

맹자의 성선설, 본성의 선함에서 출발한 이상주의

맹자는 인간의 본성이 본래 선하다는 입장을 철저히 옹호했다. 그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의 네 가지 단서가 있다"고 하며, 이러한 네 가지는 인간이 본래부터 가지고 태어난 도덕적 본성의 일부라고 보았다. 맹자에게 있어서 도덕은 외부의 강제가 아니라 내면에서 자라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자 이성의 산물이다. 이는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는 모습을 보고 본능적으로 놀라고 안타까워하는 마음과 같으며, 이런 본성이야말로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정치의 역할은 인간의 선한 본성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온전히 발현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며, 교육은 본성을 회복시키는 수단에 가깝다. 맹자의 이러한 관점은 인간 존엄성과 잠재력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하며, 인간 사회가 도덕과 정의를 통해 이상적인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 사상은 실제 사회의 부정과 악의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설명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받는다.

순자의 성악설, 훈육과 규범이 만드는 인간다움

맹자와는 달리 순자는 인간의 본성을 선하다고 보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인간은 본래 욕망을 따라 움직이며, 방치할 경우 악한 방향으로 흐르기 쉬운 존재라고 여겼다. 순자에 따르면 인간은 태생적으로 쾌락, 이기심, 물질에 대한 탐욕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공동체에 해를 끼치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도덕과 질서는 인간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외부의 규범과 훈련을 통해 형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자는 이러한 질서를 가능하게 하는 요소로 '예(禮)'를 강조했다. 예는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규범이자, 인간이 동물적 본성을 넘어 문화적 존재로 성장하게 하는 장치이다. 순자의 관점에서는 교육과 법, 제도가 인간 사회에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서만 인간은 진정한 도덕적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다. 이 사상은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정치 이론과 연결되며, 인간의 악한 면을 직시하고 이를 제어하는 방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실천 철학의 성격이 강하다. 다만 인간의 자율성과 선한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비관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현대 사회에서 바라보는 인간 본성의 양면성

맹자와 순자의 논쟁은 단순히 고대 중국 철학의 한 장면에 머무르지 않는다. 인간 본성에 대한 이 두 가지 입장은 현대의 교육, 정치, 법률, 심리학 등에 이르기까지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여전히 사회 전반에서 중요한 철학적 전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자유주의적 교육관은 맹자의 성선설에 뿌리를 두고, 아이들이 본래 선한 본성을 펼칠 수 있도록 자율성과 창의성을 강조한다. 반면 규율 중심의 전통 교육 방식이나 형벌 중심의 형사정책은 순자의 성악설에 기반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인간은 상황과 환경에 따라 선한 모습과 악한 모습을 모두 보인다. 이는 인간 본성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최근 심리학 연구에서도 인간은 공감과 이타심을 본능적으로 갖고 있지만, 동시에 집단 이기주의나 공격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다. 결국 맹자와 순자의 주장은 어느 한쪽이 절대적으로 옳고 그르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문제이며, 오히려 그들의 사유를 통해 인간이란 존재의 복잡성과 사회적 조건의 중요성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논쟁은 지금도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인간이 본래 선하다고 믿는가, 아니면 그렇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