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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를 향한 끝없는 추적 — 하이데거의 ‘있음’에 대한 물음

by simplelifehub 2025. 8. 21.

‘존재’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정작 그 의미는 낯설다

마르틴 하이데거는 철학의 역사를 존재 망각의 역사로 간주했다. 플라톤에서 데카르트, 칸트, 헤겔에 이르기까지 서양 철학은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무수히 말해왔지만, 정작 그 존재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질문하지 않았다고 그는 본다. 우리는 매일 모든 사물과 개념,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것들이 어떻게 ‘있게’ 되었는가, 또는 ‘있는 것’과 ‘존재함’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잘 묻지 않는다. 하이데거는 바로 이 질문의 부재를 지적하며, ‘존재’라는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간과된 문제를 철학의 중심으로 되돌려 놓는다. 그는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단순한 개념 정의로 접근하지 않고, 오히려 그 질문을 던지는 주체인 ‘존재자’—즉 인간—의 방식으로부터 풀어내려 한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바로 그의 대표작 『존재와 시간』이다.

존재를 묻기 위해선 존재자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

하이데거는 인간을 ‘현존재(Dasein)’로 규정한다. 이 말은 단순히 인간이라는 생물학적 존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를 문제 삼는 존재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의식할 수 있고, 그 ‘있음’의 의미를 물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그러므로 존재에 대해 묻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의 존재 방식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 하이데거의 주장이다. 그는 존재가 시간성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보았다. 인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단절된 시간 흐름으로 경험하지 않고, 자신의 가능성과 종말(죽음)을 항상 의식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시간적 구조 속에서 인간은 단지 지금 여기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앞으로 던지고, 가능성을 실현하며, 끝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다. 그래서 하이데거는 존재를 단지 ‘무엇이 있는가’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있음’이 인간 안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경험되는지를 분석하려 했다.

존재의 물음은 철학을 넘어서 삶의 방식이 된다

하이데거 철학의 궁극적 목표는 단지 개념을 정리하거나 존재의 정의를 내리는 데 있지 않다. 그는 존재를 묻는 것이 철학적 사유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삶의 전체적인 태도와 연결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늘 무엇을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지만, 정작 그 모든 활동의 전제가 되는 ‘내가 있다’는 사실은 너무도 당연하게 지나친다. 하이데거는 이 점에서 우리 시대의 인간이 ‘비본래성’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비본래성이란, 자기 존재를 스스로 문제 삼지 않고, 사회가 요구하는 방식에 맞춰 기계적으로 살아가는 삶의 태도다. 반대로 ‘본래성’은 자신의 죽음을 자각하고, 유한한 존재임을 인식한 채, 스스로 자신의 삶의 방향을 선택하려는 존재 방식이다. 존재에 대해 묻는다는 것은 결국 “나는 왜 여기에 있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하이데거에게 철학은 더 이상 학문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 그 자체였다. 그의 사유는 우리에게 침묵과 성찰,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살아가는 삶에서 깨어날 것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