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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부버의 만남 철학 – ‘나-너’ 관계가 존재를 완성한다

by simplelifehub 2025. 8. 20.

존재는 관계 속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마르틴 부버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개인 내부가 아닌 ‘관계’ 속에서 찾았다. 그는 『나와 너』에서 인간이 세상을 대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 근본적인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나-그것(I-It)'의 관계로, 대상화된 타자와의 거리감 있는 관계이며, 다른 하나는 '나-너(I-Thou)'의 관계로, 진정한 만남과 상호성을 전제로 한다. 전자는 도구적이며 세계를 조작하거나 이해하려는 태도이며, 후자는 타자를 독립적 존재로 인정하고 전 존재로 맞서는 관계다. 부버는 인간이 단지 '나-그것'의 태도에 머문다면 기계적이고 단절된 삶을 살아가게 되며, 오직 '나-너'의 만남을 통해서만 인간다움과 실존의 깊이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나-너’의 관계는 순간적이지만 영원하다

부버에게 ‘나-너’ 관계는 지속적인 상태라기보다 삶 속에서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만남이다. 그러나 그 순간은 시간의 연속을 뛰어넘는 깊이와 진실을 가진다. 우리는 누군가를 완전히 바라보고, 존재 전체로 응답할 때 그 사람은 더 이상 ‘그것’이 아닌 ‘너’가 된다. 이때 세계는 도구적 대상이 아니라, 의미와 생명의 공간으로 재현된다. 중요한 점은 이 만남이 반드시 말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버는 침묵 속의 응시, 함께하는 침묵, 무심코 건넨 손길 하나에도 ‘나-너’의 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만남은 인간에게 영적인 충만함을 선사하며, 인간 존재가 외로움과 단절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타자와의 만남이 곧 신과의 만남이다

부버의 철학은 단순한 인간관계 이론을 넘어서 신학적 함의를 내포한다. 그는 ‘나-너’의 궁극적인 너는 곧 신이라고 보았다. 다시 말해, 타자와의 진정한 만남 속에서 우리는 신적인 차원과 접촉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영적 삶은 교회나 성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 만남 하나하나에 내재해 있다. 누군가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바라보고, 판단이나 계산 없이 그 자체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존재의 근원과 연결된다. 이처럼 부버는 인간의 윤리적·영적 삶이 타자와의 진정한 만남을 통해 형성된다고 보았으며, 현대 사회의 소외와 단절 문제 역시 이러한 철학을 통해 성찰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결국 그는 묻는다. 우리는 과연 지금 누구를 ‘너’로 대하고 있으며, 어떤 존재와 진정으로 마주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