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는 단순한 변형이 아닌 생성의 힘이다
질 들뢰즈는 전통 형이상학이 동일성과 정체성을 중심으로 세계를 이해해왔다는 점을 비판하며, 철학의 중심을 ‘차이’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전 철학에서 차이는 흔히 '같은 것의 다름'으로 간주되어, 결국 어떤 본질적 동일성 안에서만 이해되었다. 그러나 들뢰즈에게 차이는 어떤 기준이나 모델과의 비교 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긍정되고 창조적인 힘을 지닌다. 그는 “차이는 반복을 통해 드러나는 생성의 원리”라고 말하며, 존재는 단지 동일성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 속에서 항상 새롭게 태어난다고 강조한다. 이 철학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반복적인 경험조차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형되고 생성되는 과정임을 시사한다.
반복은 정체가 아닌 생성이다
들뢰즈의 대표 저작 중 하나인 『차이와 반복』에서 그는 반복을 단순한 동일한 것의 반복이 아니라, 매 순간 새롭게 변형되고 차이를 생산하는 사건으로 본다. 예를 들어 같은 멜로디를 반복해서 들을 때, 그것이 매번 다르게 들리는 경험은 반복이 결코 정체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러한 반복은 기존의 본질주의적 사고를 해체하고, 존재를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흐름과 생성의 과정으로 이해하게 한다. 들뢰즈는 철학을 고정된 의미나 본질을 찾는 작업이 아니라, 개념을 발명하고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창조적 활동으로 보았다. 반복은 그 창조의 리듬이며, 차이는 그 창조의 원리다. 이 사유는 예술, 정치, 윤리 등 모든 영역에서 정형화된 규범을 넘어서는 사고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정체성보다 차이를 향한 존재 방식
현대 사회는 정체성과 기준, 표준화된 질서에 익숙하다. 그러나 들뢰즈는 우리에게 "당신은 누구인가?"보다 "당신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묻는다. 그는 존재를 유기적 정체성이나 자아 중심의 실체로 보지 않고, 외부와의 접촉, 흐름, 충돌을 통해 끊임없이 변형되는 구성체로 본다. 이는 고정된 자아 개념에 도전하며, 주체 역시 차이의 흐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예술작품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감각을 불러일으키듯, 존재 또한 반복 속에서도 항상 새롭고 다르게 펼쳐질 수 있다. 들뢰즈의 철학은 우리에게 사고의 용기를 요청한다. 그것은 낯설고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그 안에서만 진정한 창조와 변화가 일어난다. 결국 그는 묻는다. 우리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진정 새로운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