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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폴 사르트르의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명제와 자유의 책임

by simplelifehub 2025. 7. 27.

장 폴 사르트르는 20세기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의 대표자로, 문학과 철학, 정치적 활동을 넘나들며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펼쳤다. 그는 전통적인 존재론이 인간을 정해진 본질에 따라 해석해온 데 반해, 인간은 먼저 존재하고 그 후에 스스로를 정의하는 존재라고 주장하며,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Existence precedes essence)”는 명제로 실존주의 철학의 기초를 세웠다. 이 명제는 인간이 어떤 고정된 본질에 의해 결정되는 존재가 아니라, 자유로운 선택과 실천을 통해 자신을 규정하고 구성해 나가는 존재라는 급진적인 인간 이해를 담고 있다. 그는 『존재와 무』,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등에서 이러한 철학을 체계화하였고, 나아가 인간의 자유는 회피할 수 없는 실존적 책임을 동반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인간은 자신의 선택에 의해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며, 그 선택은 단지 개인적 의미를 넘어서 보편적 인간상에 대한 선택이기도 하기에,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윤리적 무게를 갖는다. 사르트르의 철학은 자유, 책임, 타자, 불안, 선택과 같은 실존적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오늘날 개인주의와 자기실현을 강조하는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통찰을 제공한다.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는 의미와 인간 이해의 전환

사르트르의 핵심 명제인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말은 인간이 먼저 존재한 후, 자신의 삶과 행동을 통해 본질을 형성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전통 형이상학에서 주장해 온 ‘신에 의해 부여된 본질’이나 ‘타고난 인간 본성’과는 전혀 다른 관점이다. 사르트르는 인간에게는 미리 주어진 의미나 목적이 없으며,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로서 스스로 자신의 의미를 창조해야 한다고 보았다. 예컨대 칼은 자르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본질이 먼저 주어지지만, 인간은 어떤 목적을 갖고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므로, 본질은 살아가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사유는 인간 존재를 기계적·기능적으로 이해했던 기존 철학을 넘어서, 삶을 하나의 창조적 프로젝트로 보는 관점을 제공한다. 이는 인간에게 무한한 자유를 부여하지만 동시에 그 자유가 고통과 불안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실존주의적 긴장을 낳는다. 사르트르는 인간이 단순히 자유롭다는 것이 아니라, 그 자유를 통해 반드시 어떤 삶을 선택해야 하며, 그 선택에 책임져야 한다고 보았으며, 이것이 실존의 윤리적 차원으로 연결된다.

자유와 책임, 그리고 자기기만의 문제

사르트르는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가 축복이 아니라 오히려 ‘형벌’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보았다. 인간은 태어난 이유도, 존재의 목적도 주어지지 않은 채 세계 속에 던져져 있으며, 이 불안한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은 삶 전체를 규정하고,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란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선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사르트르는 이를 ‘보편화의 책임’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는 인간이 이 무거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자기기만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고 보았는데, 이것이 ‘나쁜 믿음(bad faith)’의 개념이다. 나쁜 믿음은 자신의 자유를 외면하고, 사회적 역할이나 타인의 기대에 따라 움직이면서 마치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듯 행동하는 태도이다. 예를 들어 웨이터가 자신을 온전히 ‘웨이터’라는 역할에만 동일시한다면, 그는 자신의 존재 가능성을 제한하고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다. 사르트르는 진정한 삶이란 자기기만을 벗어나 자유의 무게를 직시하고, 자신의 행위에 책임지는 방식으로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한 개인 윤리를 넘어서 사회와 역사 속에서 인간이 어떤 존재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태도를 요구한다.

타자와의 관계, 시선, 윤리적 실존의 긴장

사르트르 철학의 중요한 축 중 하나는 타자와의 관계에 대한 분석이다. 그는 『존재와 무』에서 타인의 시선이 인간의 자기 이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이 탐구하였다. 타인은 단순히 나 외부에 존재하는 존재자가 아니라, 나를 ‘객체’로 만들어버리는 존재이다. 즉, 타인의 시선을 통해 나는 단지 ‘보이는 존재’로 전락하며, 나의 주체성은 흔들리게 된다. 이는 인간이 타자의 평가와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실존의 조건을 의미하며, 자율성과 타율성 사이의 끊임없는 긴장을 발생시킨다. 그러나 사르트르는 이를 단지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오히려 윤리적 실존의 가능성을 찾고자 했다. 인간은 타인의 자유를 통해 자신의 자유를 인식하며, 타인을 억압하거나 대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주체로 인정할 때 비로소 윤리적 관계가 형성된다고 보았다. 이는 오늘날 인간관계, 사회 윤리, 정치철학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사르트르의 철학은 결국 인간이 자기 자신을 선택하는 존재이며, 그 선택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확장되며 책임져야 할 사유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의 실존주의는 고립된 개인의 고백이 아니라, 사회 속 인간의 도덕적 실존을 묻는 철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