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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 – 관계 안에서 존재하는 인간

by simplelifehub 2025. 8. 19.

나-그것 관계와 나-너 관계의 근본적 차이

부버는 인간이 세계와 맺는 관계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했다. 하나는 ‘나-그것(I-It)’ 관계로, 이는 우리가 사물이나 타인을 객체화하여 도구처럼 대하는 태도를 말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대부분 이 관계 속에 있다. 반면, ‘나-너(I-Thou)’ 관계는 타인을 독립적인 인격으로 대하며, 판단하거나 조작하지 않고 온전히 마주하는 관계다. 이 관계에서는 인간이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 변화하고, 자아 역시 더 깊은 차원으로 확장된다. 부버에게 있어 참된 존재란 나 홀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너’는 결코 ‘그것’이 될 수 없으며, 그 순간 관계는 본질적으로 전환된다.

관계적 존재로서의 인간과 신의 현존

부버는 인간의 본질을 고립된 자아가 아니라, ‘관계하는 존재’로 본다. 그는 “인간은 ‘너’라고 말할 때 인간이 된다”는 말을 통해, 인간 존재의 중심에 ‘만남’이 있음을 강조한다. 이때의 ‘너’는 단순히 인간일 수도 있지만, 자연, 예술작품, 신과 같은 존재도 포함된다. 부버에게 있어 가장 근원적인 ‘나-너’ 관계는 바로 신과의 관계다. 그는 신을 ‘영원한 너’라고 부르며, 인간이 신과 맺는 관계는 어떤 중개자도 없이 즉각적이고 전체적인 만남이라고 말한다. 이 만남은 논리나 개념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오직 삶을 통해 체험되는 실존적 관계다. 부버는 이러한 사유를 통해 종교와 철학을 연결시키며, 신의 존재를 단순히 믿음이나 교리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 실존의 깊은 차원에서 체험되는 ‘너’로 접근한다.

타자와의 만남에서 윤리가 탄생한다

부버의 철학은 단지 존재론에 머물지 않고, 윤리적 함의를 지닌다. 타인을 ‘그것’으로 대하는 태도는 도구적이고 수단적인 윤리를 낳지만, 타인을 ‘너’로 만나는 순간 윤리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전환된다. 이때 윤리는 외적 규범이나 법칙이 아니라, 관계 그 자체에서 솟아나는 책임과 응답의 실천이 된다. 그는 ‘나-너’의 관계는 상호적이며, 일방적인 복종이 아닌 상호 인격적 인정을 바탕으로 성립된다고 말한다. 현대 사회가 점점 더 도구화되고, 인간을 수단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해지는 현실 속에서, 부버의 철학은 타자와의 진정한 만남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는 철학이 사변적인 개념 논쟁을 넘어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살아 있는 관계 속에서 윤리와 실존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