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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철학 – 의미는 사용에서 생겨난다

by simplelifehub 2025. 8. 19.

언어는 세계를 묘사하는 도구가 아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초기 저작인 『논리철학논고』에서는 언어를 세계의 논리적 구조를 반영하는 체계로 보았다. 그는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라고 말하며, 언어가 세계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후기에 접어들며 그는 이러한 입장을 철저히 수정한다. 『철학적 탐구』에서 그는 언어가 단지 대상을 지시하거나 기술하는 기능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언어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람들은 명령하고, 질문하고, 약속하고, 놀고, 감정을 표현하는 등 수많은 맥락에서 언어를 사용하며, 그 의미는 바로 그 사용 방식 속에서 형성된다. 따라서 언어는 고정된 체계가 아니라, 유동적이고 다면적인 실천의 장이며, 철학은 이러한 언어의 실제 사용을 관찰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언어 게임과 삶의 양식 – 의미는 맥락 속에서 작동한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다양한 사용 방식들을 ‘언어 게임(language game)’이라 부르며, 이 개념을 통해 언어가 규칙과 맥락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한다. 마치 체스에서 말의 움직임이 정해진 규칙 속에서 의미를 갖듯, 언어도 특정한 활동과 규칙 안에서 그 의미가 결정된다. 예컨대 “물 좀 줘”라는 말은 부탁일 수도, 명령일 수도 있으며, 그것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그는 또한 ‘삶의 양식(forms of life)’이라는 개념을 통해, 언어는 단지 말의 조합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과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보았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공통된 삶의 양식을 공유하기 때문이며, 의미는 그 공동체의 행위, 규범, 맥락 안에서 성립된다. 이런 관점에서 철학은 의미를 분석하거나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실제적 쓰임을 탐색하는 작업으로 변화하게 된다.

철학적 혼란은 언어의 오용에서 비롯된다

비트겐슈타인은 많은 철학적 문제가 실은 언어의 오해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우리는 단어의 의미가 언제나 고정되어 있고 명확하다고 착각하지만, 실제 언어는 훨씬 더 유동적이고 문맥 의존적이다. 이로 인해 '마음', '의식', '자유', '존재' 같은 단어들이 잘못 사용되거나 고정된 방식으로 이해될 때 철학적 문제가 생긴다. 그는 철학의 역할은 이러한 언어적 혼란을 풀어주는 일이라고 보았고, 이를 ‘치료적 철학(therapeutic philosophy)’이라고 불렀다. 철학자는 새로운 이론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언어가 일으킨 혼란을 정리해주는 사람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이 같은 관점은 철학을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장으로 되돌려놓았으며, 언어를 통한 사유의 가능성과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