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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티누스의 시간론 – 과거와 미래는 어떻게 현재에 존재하는가

by simplelifehub 2025. 8. 19.

시간은 물리적 흐름이 아니라 의식의 경험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록』 제11권에서 창조와 시간을 연결하며, 시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하나님의 창조 행위 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그는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기 전에는 시간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시간은 영원이라는 신적 존재와는 다른, 창조된 세계에 속한 것이다. 그러나 더 나아가 그는 시간의 본질에 대해 철학적으로 성찰하면서, 시간은 단지 시계나 천체의 운동 같은 외적 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서 경험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시간을 기억하고 기대하고 인식함으로써 그것을 경험하며, 이러한 과정은 전적으로 인간 의식의 작용에 달려 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러한 사유를 통해 시간의 본질이 외부 세계의 순서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 있다는 급진적인 존재론을 제시한다.

과거·현재·미래는 모두 현재 속에서만 존재한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시간에 대해 던지는 가장 유명한 문장 중 하나는 “시간이 무엇인지 아무도 묻지 않으면 알지만, 묻는다면 설명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과거·현재·미래라는 구분이 실제론 의식 속의 작용일 뿐이라고 보았다. 과거는 기억 속의 현재이며, 미래는 기대 속의 현재, 그리고 현재는 주의 속의 현재로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즉 우리가 시간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은 현재의식 속에서만 성립하며, 시간의 세 구분은 실제 세계의 구조가 아니라 내면의 구조라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시간에 대한 존재론을 심리적 분석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인간이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묻는 신학적·철학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영원은 시간의 반대가 아니라, 시간 너머의 실재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시간성과 하나님의 영원성을 대비시키며, 시간 속에 있는 인간은 오직 영원의 기준에서 자신을 반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영원을 단순히 무한한 시간의 연장이 아니라, ‘한 점의 현재’로 이해했다. 이 현재는 모든 것이 동시에 존재하는 충만한 실재이며, 하나님에게는 과거와 미래가 없고 오직 영원한 지금만이 존재한다고 본다. 이런 시각은 시간 속에서 불완전하고 변화하는 인간 존재와, 변하지 않는 완전한 존재로서의 하나님 사이의 본질적 차이를 드러낸다. 동시에 이러한 대비는 인간이 왜 현재에 충실해야 하며, 어떻게 시간 속에서 영원한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존적 물음으로 이어진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시간론은 단순한 신학이 아니라, 현대 현상학적 시간 개념에도 영향을 미친 깊은 철학적 성찰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