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은 중립적인 것이 아니라 권력의 도구다
푸코는 전통적으로 ‘지식’이 진리의 탐구를 위한 순수한 활동으로 여겨졌던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지식이 단순히 세계를 설명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들을 분류하고 규율하며 통제하는 권력 장치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정신의학은 단지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학문이 아니라, 누가 ‘정상’이고 누가 ‘비정상’인지 구분하는 기준을 제공한다. 이는 특정한 행위나 성향을 병리화함으로써 개인을 사회적 규범 안에 맞추려는 권력의 작동 방식이다. 푸코는 이러한 지식의 생산과 유통이 언제나 특정한 권력 관계 속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하며, ‘권력-지식(power-knowledge)’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 둘이 분리될 수 없음을 밝혔다.
규율 권력은 몸과 일상을 통제한다
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 근대 사회의 권력이 더 이상 단순히 ‘죽이거나 살리는’ 주권적 권력이 아니라, ‘살게 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그는 이를 ‘규율 권력’이라 부르며, 이 권력은 병영, 학교, 병원, 감옥 등에서 개인의 몸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생산적인 존재로 만들기 위해 작동한다. 시간표, 위치 정렬, 시험, 훈련 등 일상적이고 사소해 보이는 규칙들이 사실은 개인을 순응적이고 예측 가능한 존재로 만드는 기제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판옵티콘’이라는 개념을 통해, 감시가 물리적 억압이 아니라 내면화된 통제로 기능하게 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감시당하고 있다는 인식은 감시자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더라도 개인이 자발적으로 행동을 조절하게 만들며, 이로써 권력은 물리적 강제 없이도 효과적으로 유지된다.
현대 사회는 권력의 네트워크 속에서 개인을 구성한다
푸코에게 권력은 더 이상 특정한 지점이나 집단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권력을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네트워크로 보며, 이 권력은 위계적이거나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미시적이고 다차원적으로 작동한다.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고, 교사가 학생을 평가하며, 기업이 직원의 성과를 측정하는 모든 행위는 권력의 작동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권력이 단지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정상적인’ 시민, 모범적인 학생, 건강한 환자라는 주체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푸코는 이러한 주체화의 과정을 ‘자기 통제의 내면화’로 설명하며, 우리가 스스로를 감시하고 규율하는 방식으로 권력이 유지된다고 본다. 따라서 푸코의 철학은 권력을 단지 부정하거나 제거할 수 없는, 인간 존재를 구성하는 조건으로 바라보며, 이러한 권력의 작동을 인식하고 재구성하는 것이 철학의 과제임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