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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 – 진정한 만남은 존재를 열어준다

by simplelifehub 2025. 8. 17.

‘나-그것’ 관계는 도구적이고 일방적이다

부버에 따르면 인간은 세계를 대할 때 두 가지 방식으로 존재한다. 첫 번째는 ‘나-그것(I-It)’ 관계로, 이는 인간이 사물이나 타인을 대상으로 삼아 이해하고 분석하고 이용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이 관계 안에 머문다. 우리는 나무를 산소 공급 장치로 보고, 사람을 노동력으로 간주하며, 책을 지식의 도구로 여긴다. 이러한 관계는 필연적으로 주체와 객체, 이용자와 대상의 구도를 형성한다. 여기서 타자는 내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며, 진정한 의미의 만남은 발생하지 않는다. 부버는 ‘나-그것’ 관계가 현대 사회에서 만연한 소외와 비인격적 관계의 원인이며, 인간 존재의 본래성을 왜곡한다고 본다.

‘나-너’ 관계는 인격적이고 상호적인 만남이다

반면, ‘나-너(I-Thou)’ 관계는 인간이 타자와 마주하며 전인격적으로 존재할 때 성립한다. 이 관계는 상대를 수단이 아닌 존재 자체로 대할 때, 이해하려 하기보다 존재 그 자체를 받아들일 때 가능하다. 부버는 ‘너’를 만난다는 것은 계산이나 목적 없이 타자와 함께 있음 그 자체에 열려 있는 것이며, 이때 인간은 자기 자신의 깊이에도 도달하게 된다고 말한다. ‘나-너’의 만남은 설명할 수 없는 사건으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존재의 깊은 차원에서 발생하는 경험이다. 이러한 만남은 예술작품을 대할 때, 사랑할 때, 진실한 대화를 나눌 때, 혹은 자연을 응시할 때도 일어날 수 있다. 이 관계 안에서 ‘나’는 고립된 자아가 아닌, ‘너’와 함께 존재를 구성하는 존재가 되며, 이로써 인간은 본래의 자기 자신으로 회복된다.

하나님은 궁극의 ‘너’로서 모든 만남의 근원이다

부버의 사유에서 가장 근원적인 ‘너’는 바로 하나님이다. 그는 하나님을 단지 교리나 신학적 개념이 아니라, 모든 ‘나-너’ 관계의 근거이자 정점으로 본다. 인간이 타자와 맺는 인격적 관계, 진정한 만남의 순간들 속에는 항상 하나님의 흔적이 있으며, 모든 ‘너’와의 만남은 곧 하나님과의 만남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본다. 하나님은 객체가 아니기에 어떤 ‘그것’으로 대체될 수 없으며, 언제나 살아 있는 ‘너’로서 인간을 향해 다가온다. 부버에게 종교적 삶이란 특정한 제도나 교리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를 통해 진정성 있는 만남을 추구하는 것이며, 그 안에서 신적 차원의 깊이를 경험하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철학은 종교와 철학, 일상과 초월을 가르지 않고, 모든 관계적 삶 속에서 신성함을 찾으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부버의 철학은 인간 존재를 고립된 주체가 아닌,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관계적 존재로 이해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