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는 고정된 정의가 아니라 사용 방식이다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철학에서 핵심 개념 중 하나는 ‘언어 게임’이다. 그는 초기 저서인 『논리철학논고』에서 언어가 세계를 그리는 그림처럼 대응한다고 보았지만, 후기에는 이 관점을 근본적으로 수정한다. 『철학적 탐구』에서 그는 언어는 단지 사물과 대응되는 이름의 체계가 아니라, 다양한 삶의 맥락 속에서 기능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즉, 언어는 고정된 의미를 갖는 기호 체계가 아니라, 사람들이 특정한 목적과 규칙 아래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명령”, “질문”, “감탄” 같은 문장은 모두 언어의 사용이지만, 그 기능은 각각 다르며, 그것이 사용되는 상황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그는 이것을 ‘언어 게임’이라 부르며, 각각의 언어 게임은 저마다의 규칙과 맥락을 가지며, 의미는 그 안에서만 살아 있다고 본다.
언어는 삶의 형식 속에서 작동한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를 삶과 분리된 추상적 기호 체계로 보지 않는다. 그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삶의 다양한 방식들, 즉 ‘삶의 형식’(forms of life) 안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문화, 규범, 제도, 습관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언어를 쓰고, 동일한 표현이라도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예컨대 “시간이 없어”라는 말은 약속에 늦었을 때와 사랑을 고백할 때, 혹은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 전혀 다른 언어 게임에 속하게 된다. 이는 언어가 단지 정보 전달의 수단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 사회적 실천, 감정 표현, 관계 설정 등 삶 그 자체와 밀접하게 엮여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언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언어가 작동하는 삶의 장을 함께 이해하는 일이며, 철학의 과제는 이런 복잡한 언어의 사용 방식을 ‘명료하게 보는 것’이다.
철학은 언어의 매듭을 푸는 작업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의 임무를 ‘언어의 혼란을 해소하는 것’으로 보았다. 많은 철학적 문제는 잘못된 언어 사용에서 비롯되며, 이러한 혼란을 명료하게 보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핵심이라고 했다. 예컨대 “마음이란 무엇인가?”, “나는 안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같은 문제는 언어가 일상에서 쓰일 때와 철학적 문맥에서 쓰일 때 의미의 혼동이 생기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본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언어 게임’을 분석하고, 표현이 실제로 사용되는 방식을 살펴보며, 개념이 오용되거나 잘못된 유추로 인해 생긴 철학적 착각을 걷어내고자 했다. 철학자는 따라서 개념을 발명하거나 체계를 구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언어의 사용을 명확히 드러내는 ‘치료자’이며, 언어를 통해 인간의 사고와 삶의 구조를 다시 바라보는 안내자다. 비트겐슈타인의 이러한 언어 철학은 이후 분석철학뿐 아니라 인문학, 사회과학 전반에도 깊은 영향을 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