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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고르의 실존철학과 절망 개념에 대한 신학적·심리학적 고찰

by simplelifehub 2025. 7. 27.

쇠렌 키르케고르는 19세기 덴마크에서 활동한 철학자이자 신학자로, 실존주의 철학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인간 존재를 보편적 이성이나 객관적 체계로 설명하려 했던 헤겔 철학에 반기를 들고, 철저히 주관적인 개인의 삶과 결단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의 철학은 ‘실존’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이는 단순히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이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끊임없이 자문하며 불안과 절망 속에서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존재를 의미한다. 키르케고르는 인간이 진정으로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외부 세계나 사회적 규범이 아닌, 절대자 즉 신 앞에서 고독하게 서야 한다고 보았으며, 이를 ‘신 앞에서의 단독자’ 개념으로 표현하였다. 그는 『죽음에 이르는 병』, 『공포와 전율』 등의 저작에서 실존의 불안과 절망, 신앙의 도약 등을 통해 인간 존재의 내면적 심연을 철학적으로 탐구하였다. 그의 사유는 실존주의뿐만 아니라 심리학, 문학, 종교 철학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날 인간의 정체성과 자아 문제를 성찰하는 데 여전히 유효한 통찰을 제공한다.

실존의 세 단계와 인간 존재의 성숙 과정

키르케고르는 인간의 실존적 성숙 과정을 세 단계로 구분하였다. 첫째는 심미적 단계로, 쾌락과 미적 만족을 추구하며 삶을 살아가는 시기이다. 이 단계에서는 삶의 의미를 외부에서 찾으려 하지만, 결국 반복되는 권태와 공허에 직면하게 된다. 둘째는 윤리적 단계로, 개인이 도덕적 책임과 의무를 자각하며, 자율적 주체로서 자신의 삶을 설계하려는 시기이다. 그러나 이 단계 역시 인간의 불완전성과 한계, 도덕적 실패를 통해 위기를 맞는다. 셋째는 종교적 단계로, 이는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초월하고 절대자 앞에서 진정한 결단을 내리는 실존의 절정이다. 키르케고르는 이 종교적 단계를 통해 인간이 자기 자신을 초월하고, 신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발견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실존의 세 단계는 단순한 발전 단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자기 삶을 성찰하고, 불안과 절망을 통해 보다 깊은 존재로 나아가는지를 보여주는 내면적 여정이다. 특히 각 단계의 전환은 이성적 판단이 아니라 실존적 결단, 즉 ‘도약’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키르케고르 철학의 독특성이 드러난다.

절망이라는 인간 실존의 핵심 정서

키르케고르는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절망을 인간 존재의 가장 근원적인 병리적 상태로 규정하였다. 그는 절망을 단순한 심리적 우울이나 좌절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한 상태’로 보았다. 인간은 자기가 누구인지, 왜 살아야 하는지를 인식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자신이 되어야 할 존재가 되지 못했을 때 절망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절망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첫째는 절망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절망, 둘째는 자기 자신이 되고자 하지 않는 절망, 셋째는 자기 자신이 되고자 하지만 될 수 없다는 절망이다. 이 세 가지는 인간의 자기 인식과 관련되며, 점차 더 심화되는 실존적 위기를 나타낸다. 특히 절망은 실존적 불안과 맞물리며, 인간이 존재에 대해 질문하고, 존재의 기반을 재구성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키르케고르는 절망을 회피하거나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직면함으로써 자기 자신이 될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절망이야말로 인간이 실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필수적인 조건이며, 이를 통해 진정한 신앙의 도약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오늘날 실존과 불안에 대한 키르케고르의 철학적 기여

오늘날 키르케고르의 실존철학은 인간의 불안, 자아 상실, 정체성 혼란과 같은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중요한 철학적 자원으로 기능하고 있다. 현대 사회는 개인에게 무한한 선택을 요구하지만, 동시에 방향성과 정체성을 상실한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이는 실존적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키르케고르는 우리가 외부 기준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진정성과 결단을 통해 존재의 방향을 설정해야 함을 일깨워준다. 특히 그는 인간이 단순히 사회적 역할이나 기능으로 환원될 수 없는 독자적 존재임을 강조하며, 모든 인간은 자신만의 실존적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절망 개념은 현대 심리학의 우울증, 무의미감, 자기 혐오와 같은 문제들과도 깊이 연결되며, 그 해소를 위한 내면의 윤리적·종교적 접근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또한 키르케고르의 ‘신 앞에 선 단독자’ 개념은 집단주의와 획일화된 규범 속에서 고통받는 현대인에게 자기 존재의 근거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강력한 철학적 메시지를 제공한다. 그의 철학은 실존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그것을 성찰과 결단의 계기로 전환시키는 사유의 힘을 보여주며, 인간이 진정한 자기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안내서로 기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