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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타르의 포스트모던 조건 - 거대담론의 붕괴와 지식의 전환

by simplelifehub 2025. 8. 16.

거대담론은 더 이상 세계를 설명하지 못한다

리오타르는 계몽주의, 마르크스주의, 기독교 신학 등과 같은 '거대담론(grand narrative)'이 근대 사회를 정당화하는 방식이었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담론은 역사의 방향성과 인간 진보의 목적을 설정하며, 모든 개별 사건을 하나의 통일된 이야기 속에 배치하려 한다. 하지만 그는 후기 자본주의와 정보사회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거대담론이 해체되고 있다고 본다. 현대인은 더 이상 역사 전체를 꿰뚫는 하나의 서사를 신뢰하지 않으며, 다양한 목소리와 관점이 병렬적으로 존재하는 다원주의적 조건 속에 놓여 있다. 리오타르는 이러한 상태를 '포스트모던의 조건'이라 명명하며, 기존 철학과 지식의 정당화 방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언한다.

지식은 수행적 게임 속에서 정당화된다

리오타르는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지식은 더 이상 보편적 진리나 이성의 규범에 의해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는 현대 지식을 ‘언어게임(language game)’의 관점에서 분석하며, 각 지식은 특정한 규칙과 맥락에 따라 정당성을 부여받는다고 본다. 과학 지식, 정치 담론, 예술적 표현은 각각 고유한 규칙을 지니며, 더 이상 하나의 중심적 기준으로 통합되지 않는다. 특히 그는 과학이 더 이상 진리를 말하는 권위로 작용하지 않고, 효율성과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되는 기술-경제적 수행성(performativity)의 논리에 포섭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로 인해 과학은 진리 추구보다는 효용성과 생산성 중심의 게임이 되어버렸고, 이는 교육과 정책, 사회 전반의 지식 생산 방식에 깊은 영향을 끼친다.

다원성과 차이를 인정하는 윤리로 나아가야 한다

리오타르는 거대담론이 해체된 세계 속에서 인간은 불안정성과 불확실성 속에 놓이지만, 동시에 더 많은 가능성과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도 갖추게 된다고 본다. 그는 모든 담론이 동일한 방식으로 정당화되어야 한다는 근대적 요구 대신, 각기 다른 담론과 정체성, 문화가 공존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그는 ‘차이의 윤리’를 제안하며, 기존의 보편성과 통합 중심의 철학을 넘어, 이질성과 분산된 목소리를 존중하는 새로운 윤리적 감수성을 요청한다. 이는 단지 철학적 사유에 그치지 않고, 정치, 예술, 사회 제도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태도이기도 하다. 리오타르의 사상은 오늘날 디지털 네트워크와 정보사회, 다문화 사회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틀을 제공하며, 포스트모던 이후의 철학이 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