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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부버의 만남 철학 - 나와 너의 관계에서 존재가 열린다

by simplelifehub 2025. 8. 16.

‘나’는 홀로 존재하지 않고 관계 안에서 구성된다

부버는 전통 철학이 인간을 독립된 존재로 간주하고, 타자와의 관계를 단지 외부적 상호작용으로 보았던 점을 비판했다. 그는 인간 존재의 본질이 고립된 주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타자와 맺는 관계 안에서 형성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관계는 단순히 상대를 인식하거나 도구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만남 속에서 서로를 전적으로 마주하는 데서 발생한다. 이를 그는 ‘나-너’의 관계라 불렀고, 반대로 타자를 대상화하고 객체화하는 관계를 ‘나-그것’이라 불렀다. 즉, ‘나’는 ‘너’를 만남으로써 비로소 존재하게 되며, 이 만남은 도구적 이해나 분석을 넘어선 존재론적 사건이다. 따라서 부버에게 철학은 타자와의 만남, 즉 관계의 구조를 해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나-너’와 ‘나-그것’의 구분은 삶의 태도를 결정한다

‘나-그것’의 관계는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구성한다. 우리는 사물을 인식하고, 측정하고, 조작하며, 효율성과 결과를 추구한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을 업무의 도구로 보거나, 자기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할 때 우리는 ‘나-그것’의 방식으로 타자를 대하는 것이다. 반면 ‘나-너’의 관계는 상대방을 목적 그 자체로 대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이 관계에서는 판단이나 목적이 개입되지 않으며, 오로지 전적인 주의와 존재의 개방만이 있다. 이 만남은 순간적일 수 있지만, 그 깊이는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부버는 이러한 ‘나-너’의 경험이야말로 인간이 진정으로 존재하는 방식이며, 사랑, 우정, 종교적 체험 등에서 이러한 관계가 가장 깊이 드러난다고 본다. 특히 그는 신과의 관계마저도 이러한 ‘너’로서 체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대화는 존재의 다리를 놓는 행위다

부버는 철학을 대화의 공간으로 회복하려 했다. 그는 말과 침묵, 응시와 기다림, 모든 비언어적 표현까지도 ‘나-너’ 관계의 핵심 요소로 보았다. 대화란 단순히 정보를 주고받는 소통이 아니라, 존재의 심연을 마주하는 일이다. 진정한 대화는 상대의 말 속에 깃든 존재의 떨림을 듣고, 그 존재에 응답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이는 교육, 종교, 정치 등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부버는 현대 사회가 점점 ‘나-그것’의 관계에 함몰되어 타자와의 실존적 만남을 상실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고립과 소외, 무의미의 감정은 관계의 단절에서 비롯되며,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시 ‘너’를 말하고 들어야 한다. 그의 철학은 단지 개념이 아닌 삶의 방식이며, 대화와 만남을 통해 타자 안에서 자기 자신을 다시 발견하게 한다는 점에서 깊은 실존적 울림을 준다.